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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고 헌법 54조 2항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의결하면 이를 토대로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세부 예산안과 집행계획을 짜는데 최소 30일의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30일 전’이 올해는 지난 12월2일이었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안은 헌법이 규정한 시한을 넘겨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연말이면 이처럼 헌법을 위반하는 사태가 해마다 반복돼 ‘연례 행사’가 돼버렸는데도 이를 관행처럼 여기고 당연시하는 풍토마저 생겨나고 있다.

▶해마다 헌법 위반 ‘연례행사’

그래도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에는 11월 중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 됐었다. 매년 연말이 돼서야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는 자칫 선거에 휩쓸려 예산안 심의가 왜곡되거나 정치일정에 따라 처리가 더욱 지연될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정부 정책집행에 차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1992년에는 11월20일, 1997년에는 11월18일, 2002년에는 11월8일 예산안을 통과됐다. 하지만 올해는 대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예산이 기한 내 처리되지 못했다.

한해 나라살림을 결정하는 예산안 처리는 법적 권한과 헌법적 질서에 관한 문제다. “정부는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헌법규정은 내년도 예산안의 편성권이 엄연히 정부에 있음을 말해준다.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고자 한다면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할 정도로 편성권은 정부에, 의결권은 국회에 두는 것이 원칙이다. 이 외에 다른 정략적 판단이 개입하면 예산 처리가 왜곡된다.

▶예산안 처리에 관한 헌법적 가치

정부의 나라살림 규모를 따지고 심의해 의결하는 것이 국회의 고유권한이자 의무이듯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다.

국회는 불필요한 지출이 있다면 따지고 줄이고 이견을 조정하고 합의를 거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시한 안에 이를 확정하고 처리해 정부 활동과 국민 생활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해 예산안에 대한 각기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예산안 처리 과정이 법적 원칙과 일관성 없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흔들릴 경우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헌법에 따라 내년 예산안은 국회가 현 정부의 편성안을 존중해 조기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한국일보와 머니 투데이 등 언론들도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5일자 ‘대선에 밀려 팽개쳐진 새해 예산안’이라는 사설에서 “예산안 처리를 대선 이후로 미룬다면 자칫 연내 통과도 어려워질 수 있다.

X-mas 등이 겹쳐 남은 기간이 5~7일에 불과하다”며 “새해가 시작됐는데도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전년도 예산에 준해서 집행하는 준예산이 실제 시행된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회는 지금이라도 다시 모여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9일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