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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만에 맞이했던 황금돼지의 해 정해년(丁亥年)이 가고, 올해는 다람쥐처럼 먹을 것을 부지런히 모으기도 하고 많은 새끼를 잘 돌보는 지혜를 가졌다는 무자년(戊子年) 쥐해요, 1월 1일은 설. 하지만 세상이 과거와는 달리 현대에 와서는 설 문화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휴대폰에 문자메세지로 새해 세배를 대신하는가 하면, 특히 악수세배(握手歲拜)가 해가 갈수록 저변화 돼가고 있다. 이렇게 세배 유형이 급변해가다가는 이제 댓 살 난 애송이가 허연 수염의 할아버지에게 세배를 할 때 손을 내밀지 않게 된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세태가 그런데 뭘… 하고 넘어가기에는 무엇인가 생각케 하는 무형문화재의 파괴가 아닐 수 없다. 악수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설이 있으나, 상대방을 존중하고 공손히 대한다는 우리나라 절의 숨은 뜻과는 거리가 멀다. 고대 페니키아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하고서 앞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증거로 악수를 했다고 한다.

사회학자 오르테가는 옛날 낯선 사람끼리 만났을 때 서로 무기를 갖지 않고 있다는 표시로서 손바닥을 맞쥐었던 것이 악수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이 모두가 불신(不信)에서 비롯된 것일 뿐, 우리나라 인사처럼 믿는 데서 비롯되고 있지 않다. 행동 학자인 데스몬드 모리스는 《제스처》란 저서에서 악수의 기원을 동물의 행동학적인 측면에서 따져놓고 있다. 먹을 것을 얻고자 할 때 손을 내민다.

그리고 그 얻고 싶은 것을 주고자 할 때 손끼리 접합한다. 곧 악수는 물건을 주고 받을 때 있었던 동작이 발달, 실제로 물건을 주고받지 않더라도 주는 체 받는 체 함으로써 정표를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원숭이의 행동작태를 연구한 모리스는 보스 원숭이에게 복종을 나타낼 때 서로 앞발을 들어 찰싹 맞추는데, 그 순간 뇌물성의 먹이가 전달되고 있음을 관찰하고 있다. 아프리카 원숭이들처럼 악수세배를 할 때 세배돈이나 슬쩍 오간다면 또 모르겠다.

세배하는 사람과 세배받는 사람의 연배가 비슷하다면 악수세배도 무난하겠지만, 그 차이가 벌어지면 옛 세배를 지켜가는 것이 존장(尊長)하는 정신문화나 또 세시문화재 존속이라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옛 우리 향약(鄕約)에 보면 20세 이상의 연장자를 아버지뻘이라 하여 존자(尊者), 10세 이상 연장자를 형님뻘이라 하여 장자(長者), 10세 이하를 동연배라 하여 적자(適者)라 칭하고 세배하는 방법도 각기 달랐다. 존자에게는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고 긴 숨을 세 번 쉬는 3기통(三氣通)의 절을, 장자에게는 90도 굴절에 2기통(二氣通), 적자(適者)끼리는 45도 굴절의 1기통(一氣通)의 절을 했던 것이다.

또 길에서 만나면 읍(揖)이라 하여 두 손을 맞쥐고 들어올리는 인사를 했는데 존자에게는 이마까지 올리는 천읍(天揖), 장자에게는 입 높이까지 올리는 시읍(時揖), 적자끼리는 가슴 높이까지 올리는 토읍(土揖)을 했던 것이다. 악수보다는 차라리 읍이 손도아프지 않고 위생적이며 멋도 있지 않나 싶다.

멋은 이뿐만이 아니다. 명절이면 먹는 문화도 멋있다. 명절이면 특정의 세시(歲時) 음식이 정해져 있는데, 설날에 떡국, 대보름에 약 밥… 하는 등의 음식들이다.

특히 설날에 떡국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선다는 등의 먹지 않을 수 없게끔 강제하는 금기까지 정해져 있었다. 한 나라 사람들 모두가 한 날 한 시에 같은 재료로 만든, 같은 맛을 내는,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일체감을 발휘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는데도 이리한다면 1등 국민일 것이다.

고운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