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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노천명의 시 <사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슴’이라는 사슴을 많은 한국인들은 사슴뿔인 녹용을 연상할 것이다.

녹용은 인삼과 더불어 한방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는 보혈 강장제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가 못되지만 세계 녹용시장의 10% 가량을 소비한다. 국내에서 수입되는 70-80%는 뉴질랜드산이며, 사슴고기도 대부분 뉴질랜드에서 수입한다.

녹용은 겨울에 빠져 나간 뿔이 봄에 새로 나기 시작해서 딱딱하기 전에 자른 것으로, 혈관이 많고 솜털이 많이 나 있어 매우 부드럽다. 가장 약성이 높고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수사슴의 어린뿔인 녹용이며, 녹용뿐 아니라 사슴의 피와 고기도 매우 좋은 강장제로 취급된다.

조선시대에는 일반 서민이 녹용을 먹으면 벌을 받을 만큼 서민들은 감히 녹용을 먹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생산되는 녹용은 모두 궁궐로 상납되고 상납된 녹용은 약재 창고에 보관해 두었는데, 왕의 후궁들이 자기가 낳은 아이들에게 녹용을 먹이고자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자 재능 있는 전의(典醫)가 “녹용을 지나치게 많이 먹이면 어린이가 바보가 된다”는 경고문을 써 붙였다한다.

녹용의 효능은 골수 및 치아발육촉진, 조혈과 저혈압 및 강압작용, 생체의 활동력증강, 신체의 저항력증강, 콜레스테롤 농도를 감소시키고 현상을 감소시켜 동맥경화를 방지한다고 여러 의서는 기록하고 있다.

녹각을 열탕에서 끓여 걸른 액을 농축한 것을 녹각교(鹿角膠)라 하여 원기를 돕고, 냉증, 월경불순, 수족통증에 좋다고 한다. 녹신(鹿腎)은 한방에서 사슴의 음경(陰莖)을 약으로 쓰인 것으로 신장및 남근을 보하고 양기를 왕성하게 하는 강정약이다.

「동의보감」에는 사슴고기가 심장과 위 등 오장을 강화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골수·콩팥·근육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기력을 돋우는 고기라고 불린다. 사슴을 기른 역사는 징기스칸이 세계를 정복하려고 행군할 때에 사슴고기를 말려서 군용식으로 했고, 사슴젖으로 술을 담그어 고급 지휘관들이 연회할 때에 썼다는 기록이 있다.

육포의 원조는 몽골인셈이고 고려때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사슴고기는 옛부터 중국 사람들이 고급 음식으로 여겨서 즐겨 먹었다. 고대 한나라의 고조 유방은 출전할 때에는 꼭 사슴고기를 먹었다는데, 그렇게 하면 싸움터에서 반드시 승리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한나라의 무제는 사슴고기는 물론 녹용과 녹혈, 사슴의 생식기인 녹편도 자주 먹었다. 특히 어린 수사슴에 인삼·약초·유황가루를 먹여 길러서 3년쯤 되면 목책에 가두어 놓고 암사슴이 목책 밖을 빙빙 돌게 하여 줄줄 흘러내리는 정액을 모았다. 여기에 벌꿀과 녹용가루를 섞어 만든 환약을 즐겨 먹었다.

그 때문인지 한 무제는 무려 54년 동안 황제 자리를 지키며 나라의 위상을 크게 높였으며, 늙어서도 3천명이 넘는 후궁들을 거느리고 왕성한 정력을 과시하면서71세까지 장수했다고 한다.

사슴고기는 거의 모두 붉은 살코기로 되어 있고 육질이 매우 부드러워 암소고기의 맛과 비슷하며 담백하다.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며, 네 발 달린 짐승고기 중 유일하게 1백% 알칼리성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슴은 전체가 모두 사람에가 유익하고 야생짐승 중에서 가장 일품이다.

들짐승 고기는 대개 노린내가 많이 나지만 사슴고기는 이런 냄새도 없어서 옛부터 야생 조수인 꿩고기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어 왔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한다. 지나친 성욕은 자신을 망칠 뿐만 아니라 집안까지도 망가지게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