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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선진화와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올해 1월에 제정된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이 새삼 도마에 올랐다.

30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에서 개빈 오렐리 회장 대행이 “신문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려는 법안은 (신문의) 지나친 영향력을 다루는 현명한 방식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전 세계 1만7000여개의 신문·통신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세계신문협회의 오렐리 회장은 “독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일반적인 경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이날 이해찬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세계신문협회 관계자는 “국민의 미디어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신문 발행부수를 제한하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참가자도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이 특정 퍼센트(%)에 도달하면 신문을 사지 못하게 하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신문법은 발행부수를 제한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신문법은 언론시장의 독점을 막기 위해 제17조에 ‘시장지배적사업자’ 규정을 두고 있다. 전국의 일간지 시장에서 한 신문사가 30%, 3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60%를 넘을 경우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한다.

불공정 거래행위 무가지·경품제공 막아

이럴 경우 제35조 ‘신물발전기금의 용도’ 규정에 따라 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서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이나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할 경우’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정부가 매출액의 3%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뿐이다. 외국의 신문사주가 물은 것처럼 발행부수를 제한하지도, 신문을 구독하지 못하게 하지도 않는다.

신문발전기금은 여론의 다양성 촉진과 독자 권익 보장을 위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당연히 신문법은 다양성을 저해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게는 지원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시장 지배력으로 다른 언론의 진입을 막고, 국민의 선택권을 가로막을 때 공정한 시장의 룰을 지키고, 언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 것이다.

신문법은 또 제10조에서“구독자의 의사에 반해서 구독계약을 체결·연장·해지하거나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는 무가지 및 무상의 경품을 제공”하는 등 독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떠나 모든 신문사에게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자의 선택권 보장과 관련, 이해찬 국무총리는 세계신문협회와의 간담회에서 “그동안 한국에서는 자전거를 주면서 신문 구독을 권하고, 무가지를 대량 배포해 발행 부수 확장으로 광고를 유치했다”며, “심지어 구독하기 싫은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신문을 계속 배달해 ‘신문 끊기가 담배 끊기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언련, "WAN, 한국 언론상황 잘못 인식"

외국의 언론사주들이 이처럼 한국의 언론 상황을 오판하자 군사정권시절부터 언론민주화를 위해 활동해온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도 31일 오렐리 회장과 다른 참석자들이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며 공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민언련은 질의서에서 “한국의 거대 신문은 독자에게 자전거, 선풍기, 비데 등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판촉해 왔으며, 거대신문사 간의 판촉과정에서 폭력 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졌고, 지난 1996년 심지어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되새겼다.

이어 민언련은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거대 신문사들의 잘못된 판촉행위를 근절하고 독자들의 다양한 신문 선택권이 보장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신문법이 이 같은 노력의 극히 일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언련은 “세계신문협회 관계자들이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해 발언할 때 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기초로 발언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