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저녁식사 뒤 가족들이 KBS 주말 사극 ‘대왕세종’을 보기 위해 TV 앞에 앉는다. 탁자 위에는 아버지가 사 온 치즈케이크가 있다.TV를 보면서 연신 케이크를 집어먹는다.

12살 먹은 염지우(가명)은 학교에 다녀오면 제일 먼저 냉장고 문을 연다. ‘꿈틀이’ ‘바나나킥’ ‘쿠우’ 등 과자·음료수가 항상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냉장고를 가득 메움으로써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하는 ‘죄책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다. 화목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아이들에게 ‘뚱보 자격증’을 끊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무서운 집의 단면이기도 하다.

날로 심각해지는 소아 비만 문제를 더욱 악화하는 장본인이 다름 아닌 부모인 셈이다. 세계비만학회는 “비만 환자의 80%가 어렸을 때도 뚱뚱했다”며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하루에 TV를 2시간 이하로 보는 아이에 비해 8시간 이상 보는 아이가 비만이 될 확률은 4.7배나 높다. 아빠가 밤늦게까지 거실에서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다면 아이 역시 옆에서 TV를 시청하기 마련이다.

물론 “들어가서 책이나 보라”며 다그칠 수 있지만 TV 장면이 머릿속에 가득한 아이가 효과적으로 공부를 하기란 애당초 힘들다. ‘아빠만 TV 보고…’라는 원망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되레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식탐만 키우게 된다.

이럴 땐 과감히 거실의 TV를 치우자. TV를 없애거나 안방으로 옮기는 것이다. 대신 거실에 서재를 만들어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한다. 아빠가 책을 읽으면 아이 역시 이를 따라하게 된다.

엄마의 살림살이도 점검해야 한다. 냉장고에 인스턴트 식품이 쌓여 있는지, 돈가스·튀김 등 기름진 음식을 주로 내놓는 지, 햄버거·피자를 자주 사주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자신은 집 안에 가만히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좀 움직이라”고 잔소리하지 않는가. 아이 손을 잡고 인근 공원으로 걸어나가라. 녹지가 없다면 시장에서 함께 배드민턴 용품을 구입, 집 앞에서 같이 놀면 된다. 집에 있을 때도 ‘퍼져’ 있지만 말고 맨손체조를 함께 하도록 하자. 의외로 효과가 크다. 엄마가 움직이는 만큼 자녀의 살이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