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지 2개월이 지난 지금, 지방에 살고 있는 우리 '촌사람'들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새 정부에서 내놓는 정책마다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해서다. 교육정책도 오로지 국민 1%만을 위한 정책인 것 같고 특히 개발정책과 관련해서는 전부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을 염두에 둔 정책뿐이다. 　

실제로 지금 지방민들의 관심은 과연 이명박 정부가 전임 참여정부에서 추진해온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그 정책을 크게 수정하면서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를 해제하는 쪽으로 선회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지방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반증한다.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직·간접적으로 지방민의 삶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지역균형발전정책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가 높아져가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이미 가시화했으며, 지역의 균형발전을 이룰 계기로 기대했던 혁신도시 건설 사업은 재검토설로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지방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정부가 '혁신도시는 계획대로 추진 한다'고 급하게 진화에 나섰지만, 새 정부의 속셈을 파악한 지방 사람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8%가 거주하고 있으며, 지역내 총생산 역시 수도권에 47.8%가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역균형발전은 비단 지방을 살리는 데 그 뜻이 있다기 보다는 수도권 거주민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수도권을 희생하면서까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수도권의 팽창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적어도 그 길만이 장기적으로 볼 때 수도권이 '사람 살만한 곳'으로 오히려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수도권의 개발억제'는 대다수 국민들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왔던 것이다.　

물론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수도를 비롯한 대도시지역에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조류처럼 조인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 정도가 너무나 심하다는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는 것이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룡화 된 수도권이 결국 전체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골치덩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가 깨달았으면 한다.　

또 하나, 나주지역에 조성되고 있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로 이전키로 되어있는 '한국전력'의 입주가 민영화계획과 맞물려 지역민들에게 걱정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한전의 이전이 없는 공동혁신도시의 조성은 무의미한 속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이미 90%이상의 토지보상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시기에 이전여부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코미디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가 결정한 정책이 이러하다면 앞으로 국민들은 국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에 누구를 믿고 토지를 내놓고, 정든 고향을 떠나려 할 것인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곧 믿음이다. 설혹 한전이 민영화 운운하며 이전을 미루려 하더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