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국민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야단인데, 정부는 조직운용의 구조적 문제점 때문에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철도사업 하나 잘하기에도 바쁠 철도공사가 무슨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 들어 엄청난 돈을 떼이질 않나, 동북아시대의 장기적 비전을 구상하여 대통령에게 자문하면 되는 동북아시대위원회가 이른바 S프로젝트에 직접 개입하여 외국의 기업체와 의향서를 체결하지 않나, 도무지 국정이 종잡을 수 없다.

왜 이러한 현상들이 빚어지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직도 우리 사회가 '제도화'보다는 인치(人治)적 경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정찬용 인사수석이 S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담당한 것이라고 하겠다. 대체, 어느 나라 정부에서 인사책임자가 국책개발사업의 책임을 맡아 추진한 경우가 있는가.

더욱이 가관인 것은 S프로젝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어 쟁점화 되자, 정찬용 전 수석은 "호남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진 대통령의 지시로 그 사업을 맡게 되었다"며 "호남이 살판나는 일인데, 왜 하지 않느냐"고 엉뚱하게 호남의 지역정서와 연관시키는 정치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은 '과연 동북아시대위원회가 그 일을 맡아 추진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하는 것과, 인사수석이 그 일에 관여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하는 것 일뿐 그것이 특정지역의 발전을 가져오는지의 여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백번 양보한다고 할지라도 대통령의 말씀 한마디에 업무의 소관이 개발계획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인사수석으로 결정된 데서야 어찌 민주국가이며,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시스템에 의한 정치와 행정을 강조하여 왔으며, 그의 일환으로 '당정분리', '책임총리제' 등을 추진하여 왔다. 민주화와 제도화의 측면에서 이러한 정책방향은 올바른 선택이며, 시의에 적합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만이 아니라 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의 합리성과 투명성인 것이다.

열린 정부를 지향하는 참여정부에서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지양하고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장치로써 각종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활용하는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도라고 하겠다. 그러나 자문위원회는 위촉권자의 자문에 응하여 의견과 방안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 임무와 역할이 끝나야 하며, 집행기능 까지를 행사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역할과 기능이 비슷한 위원회가 중복 설치되어 그 임무수행에 혼선이 초래된다면 이는 차라리 존재치 않음만 같지 못하다 할 것이다. 참여정부하의 각종 위원회는 마치 '위원회공화국'을 연상시킬 수 있을 만큼 난립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이미 적지 않는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위원회의 난립은 국가경제가 어려워져 가는 상황에서는 적지 않는 재정 압박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정권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고 하여 한 사람이 여러 위원회에 중복 참여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하며, 부처별 경쟁심리에 따라 비슷한 성격의 위원회가 복수로 설치된 경우도 있어서 오히려 정책집행부서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경우 마져 없지 않다고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각종 위원회의 업무 수행과정에서 프로젝트를 발주하면서 위원회에 참여하는 핵심인사들이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연구 수행이 형식에 그칠 뿐만 이니라 '도덕적 해이 현상' 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위원회는 국가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요즘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많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현 집권세력에 대한 기대 가능성은 그 개혁과 도덕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임기 하반기에 접어든 참여정부가 마지막까지 주어진 소임을 다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정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이제부터라도 모든 국정이 정확한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 더 이상 국력과 정책혼선이 초래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오수열 (논설위원. 조선대 교수·한국동북아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