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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00만에 지지율 17%라는 참담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잘못된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여 자주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난국타개를 위해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고 있는 것을 보면 보통 어려운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도대체 무엇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토록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 것일까. 필자는 그 원인이 역설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득표율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6.29 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이후 가장 높은 득표율이라는 자부심이 그의 CEO형 성격과 결합되어 지난날 개발독재시대에나 가능했던 이른바‘하면 된다.’는 자만심을 가져왔고, 여기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경시하게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청와대 참모와 각료들은 결과를 중시하는 대통령의 성격에 부합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노력하였으니 그들의 눈에는 오직 대통령만 보일 뿐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날 LA갈비에 홀딱 반했던 국민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그들의 눈에는 우리 국민들이 여전히 미제라면 사죽을 못 쓸 줄로만 보였고 광우병이 무엇인줄도 모를 줄로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 그러한가. 지금 우리 국민들은 세계 13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면서 미국여행 후 귀국 길에도 “사 가지고 올게 아무것도 없더라”며 빈 가방 들고 오는 국민이 아닌가.

어디 그 뿐인가.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에게 대 국민 항복이나 다름없는 6. 29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그 후에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민주투사들을 대통령으로 뽑았는가 하면, 진보정권 10년의 실정 뒤에는 다시 보수정권으로 방향을 수정할 줄 아는 현명한 국민인 것이다.

이처럼 현명한 국민의 선택을, 자기들이 잘나고 똑똑하여 정권 잡은 줄로 착각한 데에서 난국은 비롯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현명함은 6?4 재, 보선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은 정권 출범 3개월 여 만에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매정함을 보여 주었으며, 특히 수도권에서 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국민들의 선택이 매우 계산적이며 무섭기까지 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대통령을 포함한 현 집권층의 대 국민 인식이 바뀌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국민을 가볍게 보지말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혼란스럽기 그지없던 춘추전국시대에 맹자는 정치를 논하면서 백성이 가장 소중하며(民爲貴), 군주는 그렇지 않다(君爲輕)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그 당시는 전제군주시대로 국왕의 말 한마디가 법보다 무서운 위력을 지닐 때인데도 맹자는 감히 국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백성이라고 이야기하였던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통령도 아니요 미국도 아니며, 바로 우리 국민들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만이 설혹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쇠고기일지라도 우리나라 사람들 체질에 맞지 않는 부위는 수입할 수 없다고 버티게 될 것이고 국민들은 그러한 관리들을 신뢰할 것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 관리가 미국인들은 먹지 않는 부위를 건강에 아무런 해(害)가 없다며 수입을 우긴단 말인가. 설혹 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싫다면, 그러한 내용을 미국 관리들에게 설득시켜야 하는 것이 본분이요 사명일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정부와 국민간의 믿음이 깨어지게 된 것이다.

밤마다 수 만개의 촛불이 서울 시청과 광화문을 밝히는 난국을 헤쳐 나가는 길은 다름 아닌 위정자와 국민들의 신뢰관계 회복에 있고, 그를 위해서는 위정자가 국민들을 말뿐이 아닌 진심으로 존중해야 할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