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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마음은 열려 있는 문이다. 그것은 자물쇠로 굳게 봉쇄되어 있는 문이 아니라, 언제나 개방되어 있는 문이다.

남의 것이라 하여 무턱대고 배척하는 문이 아니요, 이질적인 것이라 하여 덮어놓고 들어오기를 거절하는 문이 아니다. 내 비위에 거슬리는 것이라 하여 맹목적으로 배격하는 문이 아니요, 나의 뜻에 거슬린다고 하여 무조건 거부하는 문이 아니라, 어느 때나 수용의 태세가 갖추어져 있는 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고사의 열린 문은 아무것이나 들어 갈 수 있는, 무엇이나 받아들여지는 문이 아니다. 무엇이나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 안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열려 있는 문이매 일단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검토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비판의 시험대에 올라 엄밀한 감정의 시련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합격의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 뒤에야 비로소 그 안에 머물 수가 있다. 들어가는 문은 넓어도 반드시 남아 있음을 보장하는 문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일반적으로 남의 것에 대하는 두 가지 상반되는 마음의 자세가 있다. 하나는, 남의 것이라면 덮어놓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외국에서 미니스커트나 핫팬츠가 유행한다면, 무조건 이를 따르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선진국에서 실존주의나 반체제 사상이 제창된다면 이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도 이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이 반면에, 외국 것이라면 애초부터 배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좋고 나쁨은 문제밖이다. 우리 것이 진선진미(盡善盡美)한 이상, 남의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양약은 서양인의 체질에 맞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한약으로 병을 고쳐야 한다고 한다.

민주주의는 서방 사회에나 적합한 것이지, 우리 전통과는 병립할 수 없는 사상이라고 하여 이를 배척한다. 이러한 생각은 나라의 쇄국주의가 아니라 마음의 쇄국주의다.

교사는 이와 같은 극단적 사상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선진국가의 것이라 하여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도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외국 것이라고 하여 분별없이 적대시하여서도 안된다. 좋은 사회, 좋은 나라를 건설하려는 비전을 가진 교사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우수한 것을 받아들이려는 관용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에게는 군중에 영합하는 무정견(無定見)도 없어야하는 동시에, 새것을 백안시(白眼視)하는 옹졸함과 편견도 버려야 할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비판적 정신으로 자신을 무장라고,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길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관용은 비판 정신에 동반될 때 미덕이 되는 것이라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동경하는 교사의 마음은 아집(我執)의 포로가 되거나 편견의 ‘우상’의 숭배자가 아니라 마음의 문을 시원히 열되 새것에 떨지 않고 받아들일 것을 받아들이고 버릴 것을 버릴 줄 아는 독자저긴 비판 정신에 투철한 가치의 심판자다. 그는 우물 안의 개구리적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나와 인류의 문명을 조망(眺望)하고, 자기의 갈 길을 스스로 결정하는 개척자인 것이다.

이정재 <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