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참소하고 헐뜯는 사람은 마치 조각구름이 햇빛을 가리는 것과 같아서 오래지 않아 스스로 밝아지며, 아양을 떨고 아첨하는 사람은 마치 창틈으로 스며든 바람같아서 그 해로움을 깨닫기 어렵다. 정말 그럴까.

조선의 당쟁이 시작될 무렵인 선조 11년(1578), 집권 동인들은 전라도 진도(珍島)군수 이수(李銖)가 서인 중진 윤두수·윤근수 형제에게 쌀을 뇌물로 바쳤다고 탄핵했다.

윤씨 형제는 부인했지만 큰 정국 현안이 되었다.(지난 대선 당시 정책은 사라지고 김경준 기획입국설과 이명박 후보 BBK관련설 처럼) 사건의 키를 쥔 인물은 진도의 상인(商人) 장세량이었다.

문제의 쌀을 그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세량은 뇌물이 아니라 공물로 납부할 쌀이라며 장부까지 제시했으나 의금부는 20여 차례나 형신(刑訊·한 번에 20여 대씩 매를 때리는 형벌)해 거의 죽게 되었다.

혐의가 사실일지라도 장세량은 간증(干證·증인이나 증거물)에 불과하므로 세 번 이상의 형신을 할 수 없었으나 정치사건이기에 원칙은 실종되었다.

어떤 사람이 “사실이라고 말하면 죽음을 면할 수 있을텐데 왜 괴롭게 형장(刑杖)을 참고 있는가”라고 묻자 장세량은 “그런 사실이 없는데 어떻게 사람을 죽을 곳에 빠지도록 모함한단 말인가”라고 거부했다.

선조는 장세량이 끝내 혐의를 부인하고 다른 증거물도 찾지 못하자 정치공작으로 판단하고 이수와 장세량을 석방해 사건을 끝냈다. 숙종 22년(1696)에는 장희빈의 부친 장형(張炯) 묘소에 흉물이 묻힌 사건이 발생했다.

갑술환국(1694)으로 서인이 재집권하면서 왕비 민씨가 복위한 뒤였지만 세자는 장희빈 소생이었으므로 세자 외조부 묘소 훼손사건이 된 것이다.

묘소 주위에서 병조판서 신여철(申汝哲)의 종 응선의 호패가 떨어져 있었으나 체포된 응선은 9차례의 형신에도 혐의를 부인하다 물고(物故)되었다.

숙종이 부상을 내걸고 범인을 찾자 장형 묘소를 지키는 종들이 “장희빈의 오빠 장희재의 종 업동이 범인”이라고 폭로했다. 업동은 형신 끝에 “응선을 술집으로 꾀어 취하게 만든 후 호패를 훔쳐다 무덤 옆에 떨어뜨렸다”고 자백했다.

신여철에게 죄를 씌워 서인 정권을 몰락시키려는 정치공작을 했던 것. 정치판은 이 말고도 배신 또한 무섭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지지세력의 잇단 배신을 당했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의 배려로 정부 요직을 맡았던 사람들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를 공개 선언하고 클린턴 캠프가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며 독설까지 퍼부은 40년 지기도 있었다.

보은은 못할지언정 등에 비수를 꽂은 셈이니, 힐러리의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권력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낄성 싶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문전성시지만 정승이 죽으면 쳐다보지도 않는게 권력의 속성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이마에 배신이라고 씌여있는 것도 아니고, 배신을 잘하는 이는 대체로 감언이설에 능하고 후각기능이 탁월하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도 배신의 정치는 이어졌다. 끝까지 의리를 지켰으면 공천장을 받았을텐데 배신해 오히려 손해를 본 예가 있다.

총선 공천에서 물을 먹은 모 정당 의원은 배신을 당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이에 앞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선 때 있는 힘을 다해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허무했다. 그때서야 동료의원의 ‘충고’가 떠올랐다. 상기와 같은 유사한 일이 광주 남구에서도 총선당시 있었는데, 당선자가 억울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함정인가 모함인가.

고운석 <시인. 남발협 상입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