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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선인(先人)들은 자연에서 인생의 참뜻을 배웠다. 나무 한 그루, 풀한 포기에서 우주를 보고, 흐르는 강물에서 유한한 삶을 보았다.

그 중에서 대나무에서는 추위와 더위를 용납하지 않는 곧은 선비의 절의, 절개, 의협심 등을 배웠다. 눈보라에 휘어져도 결코 굽은 것이 아니며 푸른빛을 잃지 않은 다. 희망의 불씨조차 얼어버린 겨울에도 푸르고, 사시철 야윈 잎을 부비벼 우는 대잎의 처연한 울음이 푸르고, 여름 대숲의 서늘한 정기도 푸르다.

선비들은 마음을 비운 대나무에서 ‘고아한 군자’의 절개를 보았고 대숲을 스쳐 가는 바람소리를 지극히 사랑했다. 그 소리는 속세의 모든 번뇌를 떨쳐버릴 수 있는 명약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정지상( 鄭知常)은 “... 푸른 뿌리는 용처럼 달아나고/ 차가운 잎은 옥이 바람에 우듯하네 / 빼어난 빛은 못풀에 비할 데 없고 / 맑은 그늘은 반동에 떨치네...” 라고 「영죽(詠竹)」에서 그윽하고 기이한 대나무가 있는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17세기 명나라 학자 사조제가 지은 「오잡조」의 죽보( 竹譜) 에 보면 ‘대나무를 이식할 때는 비 온 뒤에 뿌리를 다치지 않게 주변 흙과 더불어 옮겨 심는데 심어 놓고는 반드시 남쪽으로 난 가지와 잎을 잘라주어야 한다. 만약 남쪽 가지를 잘라주지 않으면 잘 자라지 않고 굵어지지도 않으며 유약하여 쓸모가 없어진다’고 했다. 식물에게 최상의 생존조건은 남쪽의 따스한 햇살이다. 그런데 매정하게도 잘 자란 남쪽으로 난 가지와 잎을 잘라버리라고 한다. 북쪽의 찬 기운과 바람의 각박한 환경은 성장을 더디게 하나 단단한 대를 키운다는 뜻이다.

대를 기르는데 명수였던 송나라의 학자 엽몽덕은 어느 날 석학인 왕빈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대는 비옥한 땅에서 자란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메마른 땅에서 자란 것에는 비길 수가 없다. 바위 틈새에서 자생한 대가 대 가운데는 일품 죽이다. 질도 단단하고 윤기도 오래가며 잘라보면 금석과 다를 것 없다.” 엽몽덕이 그 말을 듣고 살펴보고 이렇게 적고 있다.

“ 아마도 일월(日月)의 정을 받고 풍상의 기를 얻어 연화( 煙化)가 많은 인가에 가깝게 있지 않을수록 색깔이나 향이 자연에 조화되는 것이다. 하물며 그 억센 바위틈에서 자양을 얻었으니 어디 그 자양이 신령인들 얻을 수 있는 것이겠는가. 따라서 부귀 속에서 자란 사람은 근골이 천한 사람보다 유약할 뿐만 아니라 세상사는 오묘한 자미를 또한 모르고 산다.” 대가 바위틈에서 뿌릴 뻗어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것을 인생의 오묘한 깊이에 비긴 것이다.

모든 역경에는 그 역경에 걸 맞는 성공의 씨앗이 담겨있음을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성공인들은 생의 절벽 앞에서 인내와 성실로 '인생에는 어느 것도 그저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지혜를 확인시켜준 사람들인 것이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작은 어려움에도 좌절하는 나약한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는 교훈을 주는 뜻일 것이다.

대나무는 60년을 주기로 개화결실하면 죽는다. 그러나 대가 굵어져 대밭이 빽빽하게 되었는데 베어내지 않으면 대나무에 꽃이 피어 모두 말라 죽고만다. 전남지방에서는 대나무 숲이 말라죽으면 나라에 큰 흉사나 전쟁이 일어난다고 믿고, 일본에서도 대나무가 말라죽는 것을 두려워했다. 대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모두 베어버리고 뿌리만 남겨두면 죽지는 않고 이듬해에 다시 순이 돋는다.

과욕은 번뇌와 패망의 원인이다. 우리는 부와 명예를 탐하여 절제할 줄 모른 사람들의 부끄러운 말로를 익히 보아왔다. 버리고 비우는 지혜와 자족하는 마음의 여유, 결단할 수 있는 용기가 가치 있는 삶을 만든다는 것을 자연에서 배운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