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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르뚜 알레그레가 참여예산제를 시도하기 시작한 1989년, 일본 카나카와 현 카와사키 시도 참여예산제를 공약으로 타카하시 키요시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원래 진보적인 교육공무원노조위원장이었던 타카하시 키요시는 당선된 다음해인 1990년 ‘카와사키 신시대 2010 플랜’을 발표하여 시행하였다.

‘카와사키 신시대 2010 플랜’이란 20년 뒤인 2010년의 카와사키 시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했으면 좋을지를 시민의 참여를 통해 계획을 만들고 함께 실천해나가는 전체 계획을 말한다. 카와사키 시는 인구 120만 명에 7개구로 광주광역시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다.

즉 마찌(町: 우리나라 기초행정 단위인 동과 같음) 마다 20년 뒤에 우리 동네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지를 각계각층의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20년 뒤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주민들은 행정절차도 잘 모르고 또한 우리 동네에 어린이회관이나 보건소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더라도 소요되는 재정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동네 규모에 따라 공무원 1~2명을 배치하여 주민들에게 도시계획과 사회복지 등에 관한 행정정보를 제공하고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예산까지 구체적으로 짤 수 있게 돕도록 하였다.

이렇게 마찌 마다 완성된 사업모델을 구 단위에서 검토하여 계획을 짜고, 이 구 단위에서 완성된 모델을 카와사키 시 전체의 ‘카와사키 신시대 2010 플랜’으로 완성해나가는 것이다. 마찌 단위에서 구로, 구에서 시로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주민들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20년 뒤의 카와사키를 만들려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가장 놀라운 일은 ‘카와사키 신시대 2010 플랜’이 완성되기도 전인 1995년에 아시아 최초로 유엔이 지정하는 ‘환경도시’가 되었다는 점이다.

원래 카와사키 시는 토쿄 도 바로 아래 동경만 안쪽에 자리잡은 중화학 공업도시로 일본의 대표적인 공해도시였다. 이 공해도시가 유엔이 지정하는 ‘환경도시’가 된 데에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에 의해서임은 물론이다. 동시에 행정착오나 행정에서 소외된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서 일본 최초로 ‘옴부즈만 조례’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심지어 17,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에게도 27명의 대표를 선출하여 시의회에서 발언권을 주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 초대 외국인 모임의 대표가 외국인 지문날인을 거부한 이인화 목사다.

마침내 1996년 ‘카와사키 신시대 2010 플랜’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카와사키 신시대 2010 플랜’은 마찌 플랜, 구 플랜으로 세분되어 있는데, 2010년까지의 사업계획과 더불어 소요되는 재정까지를 명시함으로써 시장과 의회의 역할, 주민의 역할 등이 분명해져 불필요한 갈등이 사라지게 되었다.

‘카와사키 신시대 2010 플랜’은 도시의 장기발전계획을 주민과 함께 만들고 함께 실천해가는 대표적인 참여예산제의 모델이다. 브라질의 뽀르뚜 알레그레가 매년마다 적은 소요예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카와사키 신시대 2010 플랜’은 후손에게 물려줄 아늑하고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데 주민의 지혜를 모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참여예산제의 모델이 없다. 국가예산과 지방예산의 비율이 80 : 20으로 일본이나 미국이 60 : 40인 점에 비추어 열악한 지방재정을 탓하는 사람도 있으나 지방이 스스로 혁신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이 살아갈 길은 주민과 함께 하는 참여예산제에 있다.

김상집 <참여자치21 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