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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별의 아픔 노래하면 사랑 왜곡인가?
2024년 12월 28일 08시 21분 입력
한강이 여성 작가로선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 개인의 영광인 동시에 한국 문학의 큰 성취가 아닐 수 없다. 한국어가 보편 언어가 아니라는 장벽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동안 한국어가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제는 우리 문학의 높은 수준을 세계에서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를 2024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선정 이유는 세 가지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했다는 것, 몸과 영혼과 더불어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보여준다는 것, 그리고 현대 산문을 혁신한 실험적인 시적 산문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문학작품 중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한 사례라 할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는 역사 비극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남성 개인들의 자책과 자기 연민이 기록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말없는 존재로 희생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당시 상황을 겪었던 사람들의 고통, 죽은 영혼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느끼는 혼돈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오랜 역사를 두고 우리는 억압과 탄압 그리고 폭력 밑에서 살아온 민족이다. 폭력은 언어뿐 아니라 정치, 군사, 윤리 부분 등도 포함된다. 민주 사회에서 폭력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한국문화의 흔적에 자신의 문학관을 덧씌우며 원문보다 뛰어난 번역, 원문보다 풍부한 번역, 원문보다 더 감동적인 번역, 원문보다 더 활력적인 감정을 실현한 번역은 작품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체계적인 번역가의 양성이 요구된다.
수상한 작품에서 역사를 왜곡했다고 비판도 하는데 과연 그럴까.
자고로 역사는 패자가 아니라 주로 승자에 의해 기록되어 왔다. 역사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왜곡하고 증거를 훼손하고 조작하고 위조할 수도 있다. 승자가 한 일은 모두가 칭송되고 미화되고 유공자로 등극할 것이고, 패자가 한 일은 모두가 잘못이고 죄악이 되고 불순분자로 낙인찍을 것이다.
문학작품을 승자의 편에서 국가의 폭력이 필요충분하고 정당하고 합법적이었다고 서술해야 하는가. 피해자의 편에서 상처를 어루만지고 억울함을 위로할 수 있어야 하는가. 승자들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일이 차고 넘칠 것이고, 패자들은 슬픔에 젖어 아무리 위로해도 부족할 것이다.
몇 년 전에 고등학교 역사과목 교과서를 만들 때 국정교과서를 만들면 안 된다고 야단이었다. 역사는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도록 했다.
사랑의 만남과 기쁨과 행복보다는 이별의 아픔과 슬픔과 눈물을 노래한 유행가가 많다고 해서 사랑을 왜곡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시비 걸고 미워하고 비난하기보다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이 세상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이냐, 살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 것이냐는 오로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노벨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물리학, 화학, 경제학), 스웨덴 아카데미(문학),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생리학, 의학), 노르웨이 노벨위원회(평화)에서 매년 인류의 문명 발달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과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로, 남북화해와 평화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앞으로 한국인이 계속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 많은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협력하고 응원하자.
/임만택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파인뉴스 기자 470choi@daum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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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