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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 온갖 맛의 으뜸이다. 된장은 간장을 뜨고 남은 메주를 으깨어 항아리에 담고 소금을 뿌려 놓은 것이다 .10월에서 12월에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면 이듬해 입춘 전에는 장을 담글 수 있다.

추위가 덜 풀린 이른봄에 장을 담가야 소금이 덜 들어 삼삼한 장맛을 낼 수 있다. 된장은 덩어리지고 되직하다 하여 된장이라 부르고 흙빛이 난다하여 토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콩은 우리 조상인 부여와 고구려가 차지하고 있던 동이(東夷)지방이라 부르던 만주에서 재배되었다. 고구려의 유적인 안악고분( 安岳古墳)에는 장독대가 우물가에 나란히 있는 벽화가 발견된 것으로 보면 간장의 역사는 우리 겨레와 더불어 있어왔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가 있다.

동이 지방에서 시작된 메주와 된장이 한(漢)나라로 건너갔고. 「논어」의 향당편( ?堂編 )을 보면 ‘ 장이 없으면 먹을 수도 없다 ’는 공자의 말이 실려있는데 그 이유를 이렿게 밝히고 있다. 오미를 고르게 하고 오장을 기쁘게 함으로써 안락을 얻기 위함이고, 장에는 음식이나 여러 약물의 독을 물리치는 힘이 있기 때문이며, 약으로 치는 것은 콩장이며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다 .

옛날부터 된장에는 오덕(五德)이 있다고 했다. 다른 맛과 섞여도 제 맛을 잃지 않아 단심(丹心), 오래두어도 변질되지 않아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해주므로 불심(佛心),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므로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잘 조화되므로 화심( 和心) 이라고 칭송했다.

보리밥에 된장국, 풋고추에 된장으로 우리의 식탁을 지켜온 된장에는 단백질과 각종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다. 「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된장으로 약효를 보는 처방이 마흔 세 가지나 적혀 있어 ‘된장이 치료 최다(最多)하다’고 그 약효의 다양함을 적고 있다.

된장 성분의 0.5%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산 에틸에스테르’는 쇠고기 1㎏을 새까맣게 태웠을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을 된장국 한 그릇에 들어 있는 10㎎의 지방산이 해소한다고 한다. 또한 전자파 피해를 줄여주고,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성분을 줄이며 지방간을 억제한다. 또한 항산화작용을 일으켜 노화를 방지하며, 대장암과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적어진다. 그리고 골다공증을 치료하고 당뇨병을 예방, 치료한다. 각종 공해와 성인병에 노출되어있는 현대인들에게 된장은 더 없이 좋은 식품이다.

이렇게 건강에 좋은 된장( 장)은 다섯가지 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 콩의 거름은 나무를 태운 재가 좋고, 소금은 5월산 천일염을 5년 이상 그늘에서 간수가 빠지도록 보관한 것이 좋고, 물은 깨끗한 우물물이 좋다. 간장 된장을 담는 항아리는 2 ~ 3월에 채취된 흙으로 봄에 만든 질그릇을 쓴다. 배가 부르며 유약을 바르지 않고, 바닥과 입구가 비슷한 크기로 독의 깊이가 깊을수록 좋다. 장 항아리에 띄우는 참숯은 잡 냄새를 없애준다.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이려면 맛있는 된장에 쌀뜨물을 이용해야 국물이 잘 어우러져 구수한 맛이 난다. 재래식 된장은 처음에는 센 불 국물이 끓어오르면 보글보글 뚝배기에 은근하게 끓여야 구수하다. 식품업체의 것은 단시간 끓여야 제 맛이 난다. 육류나 멸치를 적게 써야 하는데 콩 단백질이 분해된 아미노산이 많아 구수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은 명산을 유람할 때 , 된장떡을 기름종이에 싸서 허리춤에 차고 다니며 밥을 먹었다 한다. 된장떡이란 풋고추를 송송 썰어 된장과 고추장을 넣고 들기름에 부친 고추전이다. 쉬 상하지 않고 짭짤 매콤하니 다른 찬이 없이도 밥을 먹을 수 있다.

된장은 묵은 된장이 맛있고 조선간장은 용도에 따라서 쓴다. 햇간장은 국 끓일 때, 소금이 가라앉아 짜지 않은 묵은 간장은 나물무칠 때 넣는다. 어디 된장의 기를 무시할 수 있는 한국인이 있겠는가.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