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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서성 운성시로부터 초대를 받아 처음 가게 되었다. 그곳은 산서성에서 제일 서남쪽에 있는 오지였다. 운성공항에 도착하자 양금귀(楊金貴)국장, 왕파(王波) 부주임을 비롯하여 많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과 부시장을 만나 운성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오찬이나 만찬에 초대되었다. 이곳 출신으로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關羽), 양귀비(楊貴妃), 자치통감(自治通鑑)을 지은 사마광(司馬光),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荀子), 고구려와 전쟁을 한 설인귀(薛仁貴) 등이 이곳 출신이다.

왕유(王維), 왕지환(王之渙), 유종원(柳宗元) 등 시인들이 이곳에서 살았다. 유일하게 한국인으로 외국어전문대학 한국어를 가르친 김문식교수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운성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춘추 시대 때, 진(晉)나라 헌공(獻公)은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병합해 나갔다. 그는 괵(　)나라를 치려고 했는데, 그러자면 우(虞)나라를 지나가야 했다. 그래서 헌공은 괵나라로 가는 길을 빌려주면 많은 재물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우공이 진나라에게 길을 내주려고 하자, 신하 궁지기(宮之奇)가 간했다. "괵은 우나라의 외곽입니다.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반드시 망하게 됩니다. 진나라에게 길을 열어 주어서는 안 됩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빨이 시리다'고 말했는데, 이는 우나라와 괵나라를 두고 말한 것입니다." 과연 진나라는 괵을 멸망시킨 뒤,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도 공격해서 멸망시켰다. 임진왜란 때 일본이 조선에게 정명가도(征明假道: 명나라를 치기 위해 조선에 길을 빌려달라)와 같은 뜻이다.

공자의 사당인 문묘(文廟)에서 고등학생들의 공연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우리를 위해 공연해 주고, 현(縣)의 서기(書記)와 현장(縣長)이 나와 공연을 같이 관람하였다. 이 지역의 특산품인 벼루와 180년 된 꽈배기집을 소개하였는데, 6대에 걸쳐 만들고 있었다. 어느 시골길에 들어가니, 북을 치면서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이곳은 예술학교였는데, 북경올림픽 개막식에 고대화고(高臺花鼓)를 공연한 것으로 유명하였다. 평상시에 일반인에게 보여주지 않다가 우리가 오기 때문에 공연을 한 관계로 주변의 주민들이 모였다.

북을 치고 놀면서 10층까지 의자를 첩첩이 쌓아올려 공연을 하고, 맨 나중에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꽃송이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공연을 마치자 나에게 한마디 말을 하라고 하여 "이 공연은 세계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되었으며, 이곳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중국을 중화라고 한 말 중에 중(中)은 중조산(中條山)과 화(華)는 화산(華山)을 말한다고 한다. 중조산은 산서성 운성에 있고, 화산(華山)은 섬서성 서안(西安)에 있다. 그 중조산 산맥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누각인 관작루(　雀樓)가 있고, 바로 옆에 황하(黃河)가 흐르고 있다.

최호(崔顥)의 황학루(黃鶴樓), 두보(杜甫)의 악양루(岳陽樓), 왕발(王勃)의 등왕각(　王閣)은 중국의 3대 누각으로 유명하다. 관작루는 4대 누각으로 원나라 때 훼손되었으니, 700여년 동안 없어졌다가 1997년에 재건되였다. 이전에 산동성 봉래시에 있는 봉래각(蓬萊閣)을 4대 누각이라 했는데, 관작루가 생기면서 관작루가 4대 누각이 되었다. 관작루에 오르면서 왕지환이 지은 시를 감상하였다. 해는 뉘엿뉘엿 서산 넘어 가고(백일의산진: 白日依山盡), 황하는 황해 바다로 흘러가는구나(황하입해류: 黃河入海流). 천리의 산을 더 바라보고 싶어(욕궁천리목: 浴窮千里目), 다시 한 층 더 오르는구나(갱상일층루: 更上一層樓). 모택동(毛澤東) 주석은 이전에 관작루에 대한 시를 이미 써놓은 것이 있고, 강택민(江澤民) 주석이 관작루에 와서 써놓은 시가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명필(名筆)이었다. 운성시의 문화유적이나, 문묘(文廟)에서 학생들의 공연, 예술학교의 공연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과연 우리는 문화를 알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姜元求 <동신대 초빙교수.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