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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筏橋) 행 버스를 타고 사평(沙坪) 정류소를 거쳐 절산(節山) 을 지나 한참동안 시내를 을 따라 가노라면 남면 복교리가 나온다.

이 복교리(福橋里) 는 일명 독다리(石橋) 라고 말하여야 더욱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이 돌다리가 옛날에는 유명한 돌다리였으나 요즈음 문명의 혜택으로 걷는 사람이 적어 젊은층에게는 점점 잃어 가는 이름이 되고 말았다.

이 다리에는 김덕령장군의 일화가 있다.

지금부터 약350여년 전 김덕령장군과 그의 누나가 아직 나이 어렸을 때 남면 복교리에 숙부님이 계셨기 때문에 자주 심부름을 다녔다고 한다.

원래 충용장 김덕령장군은 무등산 정기를 타고나 힘으로서도 천하장사요, 장부다운 기상과 그 담력(膽力) 또한 범인에서는 찾을 수 없이 무서운 기백을 지닌 분이었다.

안광(眼光) 이 사람을 쏘는 듯하였고 영롱한 그 눈빛은 흡사 독수리가 응시하듯 하여 사방을 바라보면 사람은 물론 산천의 금수들까지도 두 걸음을 옮기기 어려웠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장군이 호랑이를 잡다 대변이 보고 싶어 한 팔로 호랑이의 목을 누르고 태연히 대변을 마친 다음 범을 잡았다고 하니 그 담력이야 가히 알만하며, 담양 봉산(鳳山) 처가에서 어느 여름에 물싸움으로 행패를 부리는 못된 놈을 보고 한 팔로 두 손을 모아 쥐고 지나가던 부인의 호미를 발 뿌리에 딛고 엿가락 늘이듯 구부려 포승으로 묶듯 묶어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에 무예 연마(練磨)를 위하여 철이나 나무로 만든 나막신을 신고 무등산 뜀바위에서 뜀뛰기부터 시작하여 궁마(弓馬)로써 산을 종횡좌우(縱橫左右) 로 가리지 않고 다니며 그 높고 깊은 산곡을 무예의 도장으로 삼았다.

충장공께서는 이러한 용맹뿐만 아니라 옛 부터 충신은 효가(孝家) 에서 난다는 말처럼 효심 또한 지극하여 세상 사람들을 경탄케 하였다.

어느 해 부친께서 병환 중이어서 약을 구하려고 화순 남면 복교리에 계시는 숙부님집에 누나와 함께 찾아갔다.

장군께서 말하기를 "숙부님께 말씀드려 부종(浮腫) 약을 지어오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계셨습니다."고 하였다.

숙부가 밝은 낯빛으로 일러주었다."부종에는 여기서 나는 가물치가 선약이란다" "그럼 어떻게 잡습니까?" "그물이나 낚시로 잡는다."

즉시 어린 덕령은 누나와 함께 앞 시내로 나가보았다.

그때 마침 소나기로 시냇물이 갑자기 불어 고기를 잡기는커녕 물을 건널 수조차 없었다.

냇물을 물끄럼이 바라보던 김덕령의 누나는 "덕령아. 나는 이제 물에 다리를 놓아 숙부님께서 다니시는 길을 만들겠으니 너는 지금 낚시로 가물치를 잡아라." 하였다.

덕령은 "예" 하고 가볍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누나는 또 다시 "우리 먼저 끝나는 사람이 먼저 가기로 하자." 고 말하였다.

누나는 자기의 기력과 덕령의 효심(孝心) 을 이로써 시험하여 승부를 가려보자는 심산(心算) 이었는지 모른다.

덕령도 지금까지 누나의 힘을 헤아려 본 일이 없어 퍽 궁금하게 생각하며 낚시질을 시작하였다.

한참을 기다려도 낚시 줄에 피라미 한 마리도 따라 오르지 않으니 초조하기 짝이 없어 누나에게 시선을 돌려 살펴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아연(啞然) 할 지경이었다.

누나는 그처럼 무거운 돌을 치마폭에 담아 가볍게 옮겨 놓으며 다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덕령은 마음으로 다짐하였다. "오늘 누나에게 저의 정성이 부족하여 고기를 못 잡고 뒤지게 되면 내일부터는 칼을 던지고 다시 밭을 갈아 부모공양을 하는 효부터 시작하겠다. 효가 없는 바탕에 어찌 충과 의가 있겠는가?"

의기에 찬 눈초리로 낚시 줄을 바라보고 낚시 대를 곧게 잡고 있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어느덧 몇 시간이 지나자 누나는 먼저 일을 마쳐 먼지와 발을 씻고 숙부님께 인사를 가는 것이었다.

아, 산천영기로 태어난 덕령의 간절한 정성에 어찌 하늘인들 감동치 않으랴. 이윽고 물 속에서 커다란 가물치 한 마리가 낚시에 걸려 올랐다.

덕령의 기쁜 마음은 헤아릴 수 가 없었다.

그는 가물치를 꾸러미에 바삐 넣어 한 걸음이라도 늦을세라 경각에 지금의 충효동(忠孝洞) 에 다 달아 부친께 약을 만들어 바쳤다.

이로써 부친은 무거운 병이 씻은 듯이 완치되어 그 시내를 그 후부터 '충용강'이라 하였다.

부친은 그 뒤에도 항상 물고기를 좋아하여 덕령은 굽 높은 나막신을 신고 아침 길로 여기까지 낚시를 들고 찾아와 숙부님께 문안드리고 잉어와 붕어 등 천어(川魚) 을 잡아 봉양에 지극한 정성을 다하였다고 한다.

그뒤 김덕령의 지극한 효심을 기리기 위하여 후손들이 여기에 정자를 지어 이름을 조대(釣臺) 라 하였다.

지금도 시인 묵객(默客) 들이 이 누대(樓臺) 에 모여 옛 김덕령장군에 대한 추모의 정을 시로 읊으며 술잔을 기우리니 그 사이 기녀들의 노래 소리가 더욱 낭랑히 들리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