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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면 소재지의 마을 뒷산을 범산이라 한다.

사람들은 이 산 이름을 여러 가지로 부르고 있는데 범산 또는 호산, 범바위산, 덤산이라고도 한다.

토속방언에도 덤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값을 추리지 않고 얻은 물건, 즉 공짜란 뜻으로 쓰인다.

덤산이란 댓가 없이 얻은 산이란 뜻이다.

덤산의 유래는 도선 국사의 전설로부터 시작되었다.

도선 국사는 신라말기 흥덕왕과 효공왕때의 대사로 전남 영암의 구림동 태생이다.

속성은 최씨며 별호는 옥룡자라 하였다.

십오세에 출가하여 월유산 화엄사에서 대경을 공부하여 대의에 통달하였으며 수많은 승려들이 신으로 추앙하였다.

혜철대사에게 무설설과 무법법을 배워 크게 깨닫고 23세에 천도사에서 구계를 받은 고승이다.

한 때 당나라에 유학하여 일행선사에게 음양지리설의 비법을 얻어 널리 보급함으로써 후세 고려, 조선을 통하여 큰 영향을 주었다.

효공왕께선 왕사로 모시고 많은 자문을 받았으며 왕께서는 요공선사라 시호를 내렸다.

고려시대의 국왕들도 도선국사를 숭배하여 숙종은 대선사라 추증 하였으며 인종은 석각국사의 존호를 추증 하였다.

이와 같이 음양술수에 통달한 도선국사는 방방곡곡에 절을 세웠다.

순천 송광사, 해남 대둔사, 장흥 보림사 터를 국사의 형안으로 무등산 규봉암에서 앉아 정하였다고 하며 영암 월출산 도갑사와 도암 운주사 터도 국사가 잡았다고 전한다.

도암 운주사 터를 잡기 전 해 지금의 청풍면 차동주위의 산수를 보게 되었다.

"건너편 이양의 산세는 물이 남출북류하며 이 고을은 서출동류하니 광제중생의 대기로 태극이 지어있어 도인이 숲을 이룰 도장이라 호국의 대가람을 세워 원력성취로 국태민안은 물론 불도의 법전만세 할 장엄한 도장을 세우리라."

국사는 기쁜 얼굴로 대웅전 터를 잡고 좌향에 분금을 가려 자세히 살펴보니 용호의 장포에서 백호의 기세가 허한 결함이 발견되었다.

국사는 여러 가지로 생각하였으나 백계무책이었다.

골똘히 생각한 끝에 뒤에 있는 범산을 옮겨 백호등에 세워 볼 생각으로 산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정성스런 기도에 산신으로부터 응답이 있었다.

"너의 뜻을 받아들여 허락을 하노니, 이 고을 사람들이 전혀 알지 못하게 옮겨가거라. 천장지비를 인간에게 누설하면 천벌을 받으리라."

국사는 천상길성이 조공하는 길일을 택하여 이 역사를 시작하였다.

때는 달 밝은 가을밤, 삼경이 지나 천지는 고요한 정적 속에 잠겨 낙엽소리만 들려 왔다.

국사는 〈다라니경〉의 진언으로 천상제불 보살의 신통한 법력을 빌어 이 산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마을의 동정을 살펴가며 조금씩 조금씩 산을 움직여 상당한 거리까지 옮기고 있었다.

한편 마을 건너편 외딴집에 갓 장수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매일 먼길을 왕래하는 시아버님께 그 집 며느리는 항상 새벽에 음식을 장만하여 봉양하였다.

이날도 부지런한 며느리는 꼭두새벽에 물동이를 이고 샘터를 향해 걷다보니 이상하게도 뒤편 범산이 마당 앞 가까운 곳에 있지 아니한가.

너무도 신기해 자세히 보니 범 산이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놀란 며느리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버님, 아버님, 산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산이 움직여 자리를 옮기는 것을 본 노인도 너무 신기하고 놀라와 이번엔 시아버지, 며느리가 함께 외쳤다. "산이 걸어간다!"

건너 마을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나 영문도 모르고 동구 밖으로 나와보니 과연 뒷산이 움직여 나와 있었다.

형편이 이쯤 되자 도선국사는 할 수 없이 산을 버려 두고 몸을 감춘 다음, 다시 도력으로 주안산 문필봉을 만들고 교종의 대덕고승을 배출하는 강학의 대가람이라도 만들어 볼 생각으로 금오산의 일맥에 바위가 솟아오르도록 진언하니 새벽, 날이 밝아지면서 산봉우리에서 바위가 솟아올랐다.

아랫마을 사람들이 해 뜰 무렵이 되었으나 해가 뜨지 않아 모두 동편을 쳐다보니 산 위에서 크고 작은 바위들이 점점 높이 솟아오르고 있지 아니한가,

신기하게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서로 웃고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하늘의 도술이야" "마을에 경사가 있을 게야"

지금의 용암산은 이렇게 하여 되었다고 한다.

그 뒤 도선국사는 다시 산신에 기도를 드렸으나 산신이 말하기를 신기누설로 이어진 인연이 끊어졌으니 서쪽 천태산에서 터를 찾으라 하였다.

하는 수 없이 도선국사는 도암 천태산을 찾아가 좌우산세를 살펴보고 터를 잡아 천상 옥황상제에 기도를 드려 도술로써 지금의 운주사를 지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도선국사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지금의 용암산에 헛수고로 바위만 솟게 만들어 놓고 범산, 즉 호산을 산신께 얻어 옮기다가 버려 놓았다. 하여 덤산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이제는 팔십 노인들의 부채바람과 더불어 전해지던 이 전설을 아는 사람도 점점 적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