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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롯데갤러리에서 올해 창작지원전의 첫 번째로 채경남(40/회화)작가를 초대한다. 채경남 작가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졸업 후 16년 넘게 회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첫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갖는 이번 전시는 내용적인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다. 첫 개인전은 ‘자아의 신화’라는 전시 주제에서 볼 수 있듯, 설화를 비롯한 서사적 구조를 모티브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첫 개인전은 당시의 작품 <믿음, 배신...>, <절대적 시련>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몽환적이고 표현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작가가 회화에 집중하기 시작한 이유는 그가 조각 도구로 담아내기 어려웠던 내면의 꿈, 본능의 세계를 자유롭게 풀어내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그만큼 초기 작품은 원초적인 표현욕구가 강했고 작업 의도를 극명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최근의 작업 성향은 다소 정리된 모습이다. 삶의 풍경을 수식 없이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는 ‘담양소사(潭陽小事)’라는 테마는 작가가 경험한 일상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는 모친상을 겪은 후 2007년 여름, 담양의 외진 촌으로 생의 터전을 옮겼다. 감내하기 버거운 상황은 흔히 일상의 변화를 도모하게 만든다. 작가가 시도한 삶의 변화는 자연스레 작업세계에 녹아들었다.

이상의 회고에서 드러나지만 전시 주제 안의 ‘담양’은 지명이 아닌 삶의 태도를 대변한다. “인위적인 의식과 내용의 거품을 여과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작가적 욕심이 물러났다”는 그의 말에서 이번 전시의 성격을 엿볼 수가 있다. 전시 작품의 면면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햇살 가득한 날>, <들여다보다>, <그녀>, <우주의 대화> 등의 작품 안에는 귀촌 생활을 함께 해 온 반려동물들이 눈에 띤다. 세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어미, 작업실 창문 너머 수줍게 얼굴을 내민 고양이, 지루하게 햇살을 즐기거나 주인과 교감 어린 시선을 나누는 강아지들의 모습에서 일상에 관한 작가의 감정이입을 엿볼 수 있다.

자화상 <선물>과 <숲에서 길을 묻다>연작에서는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단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품 <선물>은 삶에 순응해버린 자신의 현재를 관찰자의 관점에서 표현한 것으로, 사진 속 인물의 표정은 사뭇 덤덤하면서 평온한 느낌이다. 유년시절의 모습을 투영한 듯한 <숲에서 길을 묻다>연작에서도 생에 대한 사유와 태도가 돋보인다.

채경남의 작품은 강한 마티에르와 부조적 성격이 도드라지는 회화로 기법적인 부분에서 볼 때 거칠고 투박하다. 미끈하거나 기교적이지 않지만 작가의 심상이 순수하고 선명하게 드러나며, 의미 그대로 신선한 맛을 지니고 있다. 이를 두고 첫 개인전의 서문을 담당했던 장석원 교수(전남대 미술학과)는 “작가의 때 묻지 않은 충동과 부끄럽지 않은 예술적 욕구가 잘 드러나 있다”라고 평했다. 여전히 거짓 없는 순박함으로 조금은 더디게 변화하는 그의 작업은 진행형이다.

따뜻함과 순수한 마음을 느끼고 간다는 관람객들의 반응처럼, 이번 전시로 하여금 좀 더 편안한 봄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