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천안함 사태로 온 국민이 상심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금강산 건물 동결 조치는 남북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군 초계함이 침몰한 사실만으로도 남북관계는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에 특공대를 침투시켜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쫓기던 특공대들은 서울 시내버스에 올라타 수류탄을 안고 자폭(自爆)해 살점이 사방으 튀겼다. 또한 버마 아웅산 국립묘지에다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대한민국 장관들과 수행원들을 폭살(爆殺)했다.

천안함 사태 속에서도 황장엽 암살 기도까지 드러나고 있다. 자기네 공작원들이 임무를 마치고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 지에 대해서도 손톱만큼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정책이 실패하면 정책 책임자를 공개 총살(銃殺)하고, 저항하면 주민들을 집단 총살하는 나라가 북한이다.

1998년 11월 18일 관광객 900여명을 태운 현대금강호가 강원도 동해항을 출항할 때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은 "남북 간 대규모 인적교류의 물꼬를 트는 뜻깊은 날" 이라며 남북화해와 경제협력 활성화를 기원했다.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피격사건으로 관광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무려 200만명의 남측 관광객이 금강산을 다녀왔다. 그리고 금강산 관광 사업은 개성공단사업 및 관광사업으로 연결됐다. 남북 교류협력의 견인차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온 셈이다. 북한은 진상 규명, 재발 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조치만 하면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데도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투자금과 관광대가로 4억80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넸지만 북한은 관광객을 사살하고 남한 재산 몰수에 나섰다. 현대아산과 협력업체가 투자한 3500여억 원과 정부가 투입한 550억 원이다. 금강산 사업은 단순히 금강산 사업만이 아니라 개성공단사업, 나아가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정부는 그러한 결과를 원치 않는다면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북한에 당국간 대화를 제의해야 한다. 남북 모두 진상규명 과정에서 함부로 행동을 취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운신의 폭을 제한 받고 있는 데 더해서 금강산 관광 사업마저 존폐 기로에 서 있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 평화가 멀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로 적대하고 대치하는 현실에서 남측 사람이 북측 땅에 가서 관광을 한다는 것 자체가 화해협력의 본보기이자 한반도 평화의 가시적 성과였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시간이 갈수록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되고 남북협력의 모범이 되었다. 북한이 지정해준 관광특구의 범위가 조금씩 늘어났고 그만큼 남측 관광객은 북측 땅을 자유롭게 활보했다.

금강산 관광은 결국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육로 관광마저 성사시켰고 분단의 철책선이 급기야 열리기 시작했다. 1999년과 2002년 서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은 닫히지 않았고 이는 한반도가 남북대치의 군사적 긴장지역이 아니라 남북협력의 평화지역임을 과시하는 중요한 의미였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을 넘어 사업 자체가 폐쇄될 지경에 놓여 있는 지금의 현실은 그래서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도 금강산 관광이 김정일 위원장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사업임을 재인식하고 더 유연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관광 재개를 원하는 북한이 어떤 연유에서든 관광사업 폐쇄로 가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군의 반대를 넘어 어렵사리 성사시킨 금강산 관광을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하는 것은 북한 스스로에도 득이 되지 못한다. 우리도 역시 금강산 관광을 지속할 생각이 있는 거라면 지금의 애매한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3대 선결조건만 되뇔 게 아니라 북한이 수용 가능한 그리고 협상 가능한 구체적인 안을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

남북 모두 진정으로 금강산 관광을 회생시킬 의지가 있다면 지금의 대결에서 벗어나 한 발짝씩 물러나는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 당국의 기 싸움에 애꿎은 민간기업이 망하고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고 남북관계의 끈이 망실되어서는 안된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호남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