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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젖은 두만강의 도문(圖們)

압록강의 국경도시라면 단동을 말하지만, 두만강의 국경도시는 도문이다. 도문은 우리나라 지도를 바라볼 때 맨 끝 쪽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꼬불꼬불한 도로를 타고 가야만 했는데, 지금은 연길에서 도문까지 고속도로가 생겨 가기 수월하다.

왜 북한은 개방을 하지 않는지, 가슴 답답할 일이다. 얼마 전만 해도 북한이 더 잘 살 때는, 중국의 동포들이 북한에 가서 살았지만, 지금은 탈북자들이 너무 많은 실정이다.

탈북자들은 연길은 물론 심양, 북경, 상해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도문에 도착하면 국경지대를 바라본다. 그러나 북한 쪽은 건물 몇 개와 산뿐이다.

길림. 장춘, 하얼빈 쪽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들은 돈이 없거나, 고향에서 초청해 줄 사람이 없어 도문에 와서 북한쪽이라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정부에서 일가친척이 없는 노인들을 불러다 여생을 고국에서 보내게 해 주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조국을 잊지 않을 것이다.

전에는 산에 요란스런 구호가 많았는데, 요즈음은 그렇지 않다. 다리의 중앙에 경계선이 있는데, 입장료를 주고 가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으로 가라고 하더라도 가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경계 지점까지는 갈 수 있지만, 중국군 병사가 경계선까지 따라 붙는다.

요즈음은 대나무 땟목을 타고 북한병사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다. 돈을 돌멩이에 싸서 던져주면 군인들이 받아 가는 것도 자주 하다보니, 중국인들이 못하게 한다.

도문도 새로운 바람이 일어 고층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으며, 대형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을 보면, 압록강에서 단동을 바라보는 모습과 같다.

두만강으로 흐르는 지류를 보면 모두 푸른 물이 아니라 거의 흙탕물이다. 그래서 강을 따라 가면서 김정구선생의 ‘눈물 젖은 두만강’을 한 곡씩 불러 보지만, 오늘날의 두만강은 그 옛날의 두만강이 아니다. 눈물 젖은 두만강의 발생지가 도문이다.

이 노래의 작곡자 이시우는 동북지방의 조선인 부락을 순회공연하던 극단 '예원좌'의 일행이었다. 때는 단풍잎이 짙게 물들은 늦가을, 두만강변 도문(圖們)의 한 여관에 짐을 풀었다. 싸늘한 냉기가 솔솔 휘감기는 여관방에 누워 시상(詩想)이 떠오르지 않아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구슬프게 통곡하는 여인의 소리가 들려왔다.

문풍지 떨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했던지 참을 수 없어 그 소리나는 곳으로 가보았다. 몰래 창호지 틈새로 방을 엿보니 한 여인이 소복 입고 촛불 앞에 간략한 제사상을 차려놓고 엎드려 솟구치는 오열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었다.

이 여관은 3.1운동 이후 독립군들이 지나치는 거처가 되었던 곳, 이 여인은 항일투쟁으로 집을 떠난 남편의 행방을 찾아 도문으로 왔다. 드디어 남편이 갇힌 형무소를 찾아갔으나 이미 총살되어 이승 사람이 아니었다.

그 날 밤이 마침 남편의 생일, 그리고 남편은 여관 주인과 안면이 있던 사이였다. 빈방에서 조용히 술이나 한 잔 부어놓고 생일제를 지내려 하였는데, 여관 주인이 알아차리고 제물을 차려주었던 것이다.

그 순간 이시우의 가슴에는 나라 잃은 겨레의 슬픔과 한 여인의 처량하고 서글픈 심정이 크나큰 충격으로 밀려왔다. 그 밤중으로 두만강 변에 뛰쳐나가 이 노래를 지었다.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던 그 배는 어디로 갔소?’ 여기서 '님'은 흐느끼는 여인의 남편인 동시에, 돌아올 줄 모르는 '조국'이다.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언제나 돌아올까? 잃어버린 나의 조국이여! 님이여!

‘강물도 달밤이면 목메여 우는데, 님 잃은 이 사람도 한숨을 쉬니 추억에 목메인 애달픈 하소.’ 그토록 많은 사람이 노래를 듣고 부르며 자신의 삶의 한(恨)을 달랬던 곳이 바로 도문이다.

▶ 삼각의 도시 훈춘

연길에서 고속도로로 도문을 지나서 두만강을 따라 가다 보면 훈춘이 나온다. 국경지대까지는 너무 멀기 때문에 가지 못하고 시내 구경을 하였다. 가는 도중에 참외를 내다 팔고 있어서 사먹고 가기로 했다.

참외를 먹으면서 맛이 없다고 말하자, 그들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주었다. 착한 마음이지만, 그냥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훈춘시내나 용정이나 별로 틀린 것은 없지만, 시내 변두리에 커다란 절을 짓고 있어서 가보았다. 연변에서 보기 드문 절이었다. 영보사(靈寶寺)라는 절이다. 아주 크게 짓는 것을 보면 이름 있는 절이 될 게 분명하다.

◆著者姜元求 박사의 프로필

現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現광주여행문화원 회장/現 중국 심양. 남창 명예시민/ 前 전국시도관광협회연합회장/前 광주광역시관광협회장/ 前 광주권발전연구소장/前광주상아탑학원 원장 現 호남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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