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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간다”라는 말이 있듯, 참으로 가슴 설레었던 여러 사건들이 무사히, 정확히 말해서 그저 무덤덤하게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무덤덤하게 넘기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안도 있음에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광주와 전남을 생각하다보면 광주와 전남의 미래를 떠올려 보노라면 아, 그저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우리 지역을 어쩌면 좋을까? 공장을 막 지어 산업 도시를 하기에는 지역적 환경상 물류비 등 여러 장애 요인이 줄을 서고,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생태나 환경도시를 만들자니 지방마다 앞을 다투어 하고들 있으니 뭐 내놓고 특별하게 할 만한 게 마땅치 않다.

게다가 무엇을 좀 하자고 하면 여기저기 각종 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목소리를 높여 이래저래 안 된다는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기 일쑤이니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앞이 깜깜하다.

중국의 벽지 운남성에는 27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수가 한족에 비하여 적으니 소수라는 말을 하지만 그들 역사의 유원성과 문화 수준의 고품격은 결코 한족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이른바 ‘소수의 위대한 함성’으로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도시를 이루어 대대손손 잇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고유한 독특한 문화를 잇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산물이 풍부하다. 벼, 보리, 유채, 사탕수수(감자·甘蔗), 담배, 차 등과 남부에선 고무(상교·橡膠), 커피, 향초, 망과, 운남 담뱃잎(고연·특수 설비 건조실에서 건조한 잎)은 품질이 매우 우수하여 최고급 권련초의 원료가 된다.

다음으로는 자랑스러운 특산물이 즐비하다. 백약(白藥·지혈제), 삼칠(三七), 금불환(金不煥·지혈, 타박상 등), 당귀, 천마, 복령, 충초(蟲草·동충하초) 등이 유명하며, 전통 공예품으론 대리석 제품, 반동(斑銅), 석제(錫制), 공예품, 태금, 판납지담(시슈앙반나에서 나는 모포, 담요), 등충, 등가구 등이 콧대를 높인다.

그리고 여행지에는 볼거리가 풍부하다. 석림, 옥룡설산, 매리설산, 대리고성 등 관광 자원이 지천에 널려 있고, 천지에 산다화(동백꽃), 두견화, 옥란화, 보춘화(앵초, 프리뮬라) 등 운남 4대 명화가 피어 있으며, 곤명, 대리, 여강(麗江), 건수(建水), 위산(魏山) 등은 중국역사 문화유적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어디 이뿐인가? 여강고성(麗江古城)은 독특한 동파(東巴) 문화와 선명한 납서(納西)족의 민족풍정을 지니고 있어 세계유산에 등재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게다가 민속놀이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 바 이족(彛族)의 화파절(火把節·불축제), 태족의 발수절(潑水節·물축제), 대리 백족의 3월 거리축제 등이 우리를 반긴다.

그럼 우리 광주와 전남엔 무엇이 있고 그 어떤 것이 위대한 함성을 지를 수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하다못해 ‘전주 비빔밥’이라는 독특한 브랜드 하나가 있는가? 기후가 따뜻하여 물산이 풍요롭고 그런 풍요 덕분에 인심이 후하여 먹을거리가 많다고 하는데 막상 광주에 와서 광주를 대표하는 먹을거리를 추천하라면 머뭇거려짐은 왜일까?

비근한 예로 광주와 전남엔 놀이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일언이폐지하고 광주의 칠석동 고싸움놀이는 얼마든지 대중화·일반화할 수 있는 민속이다. 고싸움을 하기 위해 새끼를 꼬고 꼰 새끼줄을 합쳐 더 큰 줄을 만들며 그 줄에 고를 걸어 고싸움을 한 후 다시 고를 풀어 그 줄로 줄다리기를 하는 우리의 전통놀이, 그 속에 담긴 상징과 의례의 의미는 또 어떠한가?

이뿐이 아니다. 우리의 어머니 품 같은 무등산, 저 무등산을 저대로 놔두고 매일 수 백 명 또는 수 천 명이 발로 밟아 죽일 생각만 하는 게 보존은 아니질 않은가? 중국인들은 환경보전이나 생태 보호를 할 줄 몰라 중국의 황산이나 삼청산 등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운행하는가?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옳고 그른 일인지 냉정히 따져볼 일이다.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환경은 날로 나쁘게 변해가는 요즈음 우리는 분명 대도시에 비해 규모가 작은 소수의 사람들이다. 이 소수가 위대한 함성을 지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제발 광주·전남 나누어 따로 생각하지 말고….

최한선 <전남도립대학 교수·전남문화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