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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의 영산(靈山), 백두산(白頭山) 1

백두산 가는 길은 용정을 지나가는 방법도 있고, 안도현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20년 전에는 비포장 도로였기 때문에 여름에 비가 오지 않으면 먼지가 너무 많았다. 비가 오면 길에서 먼지가 발생하지 않으나, 천지를 볼 수 없고, 맑으면 좋은데 먼지 때문에 고생이었다. 그 당시 에어컨이 있는 버스가 없었다.

지금은 포장도로가 뚫리고 에어컨 버스가 있어, 백두산 여행은 수월하다. 가이드들이 가끔 이 버스는 ‘가야콘’이라 말한다. 버스가 문을 열고 가야 바람이 들어오기 때문에 가야콘이라 말하면 한 바탕 웃는다. 그러나 요즈음은 모두 에어컨 버스만 있다.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장백산(長白山)이라고 부른다. 그런 중국도 천지만큼은 그들 지도에 장백산 천지(天池)가 아닌 백두산 천지로 표기되어 있다.

중국의 주은래 총리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1962년 10월에 체결한 변계조약(邊界條約)은 제1조 첫머리에 ‘백두산천지의 변계선은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백두산 봉우리 가운데 서남쪽으로는 2520고지와 사이의 산허리 중심을 기점으로 해서 동북쪽으로 향해’ 로 시작하였으며 그밖에 압록강, 두만강의 섬 4백 51개의 소유권 등 새로운 사실들을 확인시켜 준다.

이 조약에 의해 '백두산 천지'는 중국과 북한간에 공식명칭이 된 것이다. 김일성은 자신의 항일유격 활동의 근거지이자 민족의 성산(聖山)이라는 의미를 내세워 천지와 백두산을 절반이상 차지하고 명칭에서도 끝내 중국의 양보를 얻어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우리는 백두산과 천지를 민족의 성지인 영산으로 믿고 귀중히 생각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근세의 일이다. 청나라에 의해 정계비가 세워지면서 백두산에 대한 관심이 일었다.

1712년에 서위압록, 북위토문(西爲鴨綠, 東爲土門: 서쪽으로는 압록강, 동쪽으로는 토문강) 이라 기록한 비석을 그 두 강의 분수령이라고 여겨지는 백두산 남쪽 기슭에 세운 것이다.

170여년 후인 19세기 말 두만강 유역의 거류민 문제 등으로 청나라와 토문(土門)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이때 우리는 토문강은 송화강(松花江) 상류를 가리킨다고 주장하고, 중국측은 두만강(豆滿江)을 가리키고 있었다.

백두산 깊숙이 들어가면 미인송(美人松)이 많이 보인다. 금강산과 백두산에만 존재한다고 하는데, 불그스레하고 늘씬한 처녀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나무다.

백두산 등정은 약 1,000여m 까지 버스로 이동하다가 지프차를 이용하여 10km 정도 20여분간 올라가면 백두산 거의 정상에 도달한다. 넓은 공터에 기상대도 있다. 100m 정도만 올라가면 황홀한 천지를 바라볼 수 있다.

천지는 세 번 가야 한 번 정도 볼 수 있다. 그것은 이름난 명산(名山)이 아니고, 신비스러운 영산(靈山)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렵게 이루어 낸 것이 값이 있듯이, 천지도 몇 번만에 어렵게 보게 되면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92년 천지를 보고 내려온 중국인 50여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연길에 도착하니 그 날 백두산 정상에 지프만 올라가게 되었는데, 중국인들이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굴러 떨어졌다는 것이다.

천지를 구경하고 장백폭포를 가는 길에 떨어진 버스를 보았는데 마치 엿가락 구부러져 있었다. 그 뒤 백두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장백폭포는 약 68m 높이에서 힘차게 떨어지고 있다. 우리 한국 땅에 이러한 폭포 하나만 있다해도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만해도 장백폭포까지 무료로 들어 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지금은 장백폭포를 지나서 천지로 바로 걸어 올라가는 사람이 많다.

천지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해 주는 곳이 있다. 이 곳이 바로 소천지이다. ‘작은 천지’ 라는 의미로 말하는 소천지는 장백폭포 아래에 위치한다. 장백폭포 바로 밑에는 온천물에 삶은 달걀을 팔고 있다. 천 원이면 즉석에서 3개씩 삶아 먹을 수 있다.

◆민족의 영산(靈山), 백두산(白頭山) 2

한민족에게 백두산은 민족과 국가의 발상지이며, 혼이 박혀있는 명산으로서 민족의 성산(聖山). 신산(神山)으로 숭앙되어왔다. 고조선이래 부여. 고구려. 발해 등이 백두산에 기원을 두고 있다.

백두산 주변의 숙신. 읍루. 말갈. 여진. 만주족 등도 그들 민족의 성산으로 숭앙하여 역사화. 전설화. 신격화했다. 풍수지리에서는 지세를 사람의 몸에 비유하여 이해하기도 하는데 우리민족은 백두산을 기(氣)가 결집된 머리로, 낭림-태백-소백산맥을 백두산의 기가 전달되는 등뼈산맥으로서 백두대간(白頭大幹)으로 인식했다.

그밖에 청나라의 번영도 태산(泰山). 장백산(長白山)을 통해서 풍수지리상으로 백두산의 정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백두산은 한민족뿐만 아니라 북방 이민족의 정신적 구심점과 활동무대가 되어왔다. 천지는 백두산 정상에 위치한 화구호로 해발 2,155m 높이의 기암괴석에 둘러싸여 있다. 평균수심 204m, 최고수심 373m 이며 남북 길이 4.86km, 동서길이 3.35km 이다.

천지에 담긴 물의 용량은 무려 40억t에 이른다. 매년 1,400mm 의 강수량과 지하 온천수, 눈이 녹은 물이 수원을 공급하고 있다. 잉어를 비롯한 몇 종류의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백두산 천지 주변은 16개의 봉우리로 둘러 싸여 있다.

가장 높은 봉은 백두봉으로 북한측에 위치하고 있다. 주요 봉우리는 향로봉, 청석봉, 백운봉, 차일봉, 제비봉, 천문봉이다. 천문봉 좌측 장군봉에는 북한에서 설치한 케이블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16개의 봉우리는 중국 측에 6개 북한측에 7개가 있다. 나머지 3개의 봉우리는 중국과 북한의 경계선에 놓여 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우리의 산하를 어루만지며 눈이 아프게 바라보고 싶다. 백두산을 우리의 땅을 딛고 오르고 싶은 것이다. 김정호는 ‘백두산은 조선 산줄기의 아비’라고 했다.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은 우리나라는 백두산에서 일어나 지리산에서 마치니 그 세는 물을 근본으로 하고 나무를 줄기로 한다고 말했다.

백두산은 또 한민족의 발상지다. 단군 신화가 잉태된 곳이다. 최남선은 백두산을 ‘우리 겨레의 근본, 우리 문화의 연원(淵源)이고, 역사의 포태(胞胎)’라고 했다.

앞으로 중국이 아닌 북한에서 백두산에 오르는 관광길이 열리게 된다고 한다. 정치적 논란도 없지 않지만 금단의 땅에서 백두산의 흙을 밟을 수 있다는 건 가슴 설레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백두산은 중국 한족(漢族)을 제외한 동북아시아 유목민족 모두에게 공통된 성산(聖山)으로 여겨져 왔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청(淸)나라이다.

청나라는 백두산을 신성시하여 일반인들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봉금(封禁) 조치를 취하기까지 하였다. 백두산의 1258ｍ 지점에 위치한 연못에서 청나라의 시조가 탄생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백두산에 있는 그 연못 이름은 그들 이름으로 '포륵호리' 였고, 한자로 표기하면 '원지(圓池)'이다.

옛날에 세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이 연못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까치가 날아와 붉은 열매를 막내 선녀의 옷에다 놓으니, 막내가 이 열매를 먹고 임신을 하여 사내아이를 낳게 되었다. 이 사내아이가 바로 그들 민족의 시조로서, 그 성씨(姓氏)를 애신각라(愛新覺羅)라고 하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 원지의 둘레는 1.2km이고, 그 위치는 백두산 동쪽자락에 있으며 두만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청나라 태조 누루하치는 시조 신화를 굳게 믿었기 때문에 백두산을 성지로 여겼던 것이다. 청나라는 후금(後金)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금(金)나라이다.

◆著者姜元求 박사의 프로필

現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現광주여행문화원 회장/現 중국 심양. 남창 명예시민/ 前 전국시도관광협회연합회장/前 광주광역시관광협회장/ 前 광주권발전연구소장/前광주상아탑학원 원장 現 호남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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