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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당신이 교회에서 돌아와 점심을 준비할 때 당신의 여동생과 남편이 뒤뜰에서 정사(情事)를 벌였습니다. 자, 이 몰래카메라 화면을 보고 두 눈으로 확인하세요”

흥신소에서나 오가는 대화라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 케이블TV의 다큐전문 Q채널에서 방영하는 미국 리얼리티 쇼 ‘치터스’(Cheaters, 배신자)의 한 장면이다. 주부가 방송국에 “남편의 불륜을 확인해달라”고 의뢰하면, 제작진이 남편을 미행해 몰래카메라로 불륜 장면을 찍은 다음, 의뢰인을 앞세워 문제의 커플이 한창 밀애를 나누고 있는 현장에 들이닥치는 프로그램이다. 주부가 여동생과 남편에게 “이럴 줄 알았다”며 악을 쓰는 장면은 물론, 문제의 몰카 화면도 두 사람의 은밀한 부분만 모자이크 처리한 채 적나라하게 방영해줬다.

‘치터스’는 미국의 한 독립제작사가 만들어 미국 전역에서 엄청난 시청률과 뜨거운 논란을 함께 불러일으켰다. 제작사는 “불륜 커플을 포함해 출연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 방영하며, 출연자가 응할 경우 불화를 극복한 후일담도 소개한다”고 주장하지만, 뉴욕타임스지(紙)는 “몰래카메라의 악몽 버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도 언론이 전한 사건들을 보면 심각하다.

하지만 옛 깐깐한 선비들은 길을 가다가도 방앗간이 나타나면 짐짓 돌아갔다. 방아찧는 행위가 성교행위를 유감(類憾)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길을 가다가 흘레하는 개를 보거나 논둑길을 가다가 업은 메뚜기만 보아도 집에 돌아와서 샘물을 떠오라고 시켜 부정탄 눈을 씻었다. 이를 세안(洗眼)이라 했으며, 우연히 음담패설을 듣거나 요염한 여인의 목소리만 들어도 돌아와 귀를 씻었으니 이를 세이(洗耳)라 했다.

서유구(徐有矩)의 ‘임원십육지’는 실학 서적으로 18세기에 관습화돼 있던 성문화를 담고 있다. 그 과학 서적에 나타내지 않을 수 없는 여성의 국부를 ‘동리도화’(洞裏桃花), 곧 동네에 피는 복사꽃으로 표현했다. 관헌에서 범죄 조서를 쓸 때 남성의 성기를 ‘불인견지처’(不忍見之處), 곧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곳이라고 적었다. 성기에 관련된 말을 입으로 하거나 글로 쓰는 것을 기피하는 기색(忌色)문화의 한국적 존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법도 있는 가문에서는 제사에 쓸 술이나 떡을 빚을 때면 부인네들은 조선종이(한지)로 코와 입을 막고 작업했다. 방출되게 마련인 여기(女氣)때문에 신성 주식(酒食)이 부정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랑방에 주인이 있는 동안은 집안에서 여인들은 노소 구분 없이 살성, 곧 소리를 죽여 말해야 했다.

가혹한 기색문화가 아닐 수 없다. 한데 이젠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해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 여중생들이 성인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뒤, 상대 남성들이 집을 비운 사이 절도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잡혀가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홍콩의 유명 대학 교수를 지낸 국내 C컨설팅사 대표 노모(49)씨는 의붓딸을 5세 때부터 7년간 상습 성폭행을 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성 타락이 이 지경이다 보니 최근에는 ‘당신의 애인, 남편은 안녕하신가’란 말이 다 나오고, ‘아내의 결혼’이란 소설에 이어 ‘내 남자가 바람났다’란 소설도 나와 있다. 여기에서 여성계는 물론 법조계와 학계에서 간통이 범죄인지 아닌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물론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법원에서는 ‘간통=구속’의 공식이 깨진 지 오래고, 실형보다는 집행유예형이 선고되는 것이 일반화됐다. 성인 남녀의 간통은 범죄라기보다는 로맨스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 간통을 죄로 보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허나 저자는 불륜과 외도를 ‘범죄’라고 규정한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된 후 고통을 겪고 상처를 치유하는 동안은 ‘지옥의 시간’이다. 당하는 사람에게는 전 우주가 무너지는 일이라고…. 함에도 요즘엔 여자도 바람을 피우는 자가 늘고 있어 걱정이다.

고운석 <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