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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몸의 기능이 퇴보하는 현상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노인성 치매이다. 노인성 치매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조기 발견으로 얼마든지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평소 약속을 잘 지키던 사람이 자주 약속을 어기거나, 의욕적인 사람이 매사에 관심이 없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치매는 65세 이상의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65세 이상의 5~10％가 치매를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성 치매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치매(중풍)로 나뉜다.

알츠하이머병은 약 100년 전 독일 의사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지만 최근에 이르러서야 발병기전·치료법 등이 밝혀지고 있다. 최근 의학이 발달하면서 노년층의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알츠하이머병 환자 역시 전 세계적으로 크게 늘고 있다.

또 성인의 사망 원인 가운데서도 치매는 심장질환·암·뇌졸중에 이어 네 번째로 흔한 질환이 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세포의 퇴화로 인해 기억·언어·길 찾기와 같은 인지기능의 장애가 진행되고, 이 같은 인지기능 장애로 인해 요리하기, 교통수단 이용하기, 약 복용하기, 돈 관리 등의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환자들의 뇌에서는 비정상적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뭉쳐진 노인반이 발견되는데, 이 단백질은 신경 독성이 있어 뇌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반은 뇌세포가 주로 모여 있는 대뇌 바깥층인 회백질에, 그리고 기본적인 운동·감각과 관련된 뇌 부위보다는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측두엽과 두정엽에서 주로 관찰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2배 정도 더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직계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을수록, 교통사고나 낙상 등에 의해 심한 머리 손상이나 반복적인 머리 손상을 입을수록 발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치매의 자연 경과는 개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주로 증상이 발생하고 진단하기까지 2~3년, 진단으로부터 요양시설에 머물기 전 단계가 3~6년, 요양시설에서 사망까지 3년 등 총 유병 기간이 9~12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반에는 정상적이던 전두엽의 뇌세포가 점차 손상되면서 이상행동으로 나타나고,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폐렴이나 욕창·요로 감염과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또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이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도 흔하다.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인지기능의 저하가 심하지 않은 초기 치매의 경우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인지기능의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의 판단력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환자와 가족의 장래를 미리 준비할 수 있기도 하다.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는 아세틸콜린 대사 억제제 등을 사용해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와 함께 이상행동 조절을 통해 가족들의 고통을 덜고, 경제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뇌세포에 독성을 보이는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치료제가 개발돼 임상연구 중이어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전망이 밝은 편이다.

노인성 치매를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인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에 의한 뇌 손상으로 인지기능에 장애를 초래해 발생한다. 뇌졸중을 앓고 난 환자의 경우 64％에서 인지기능에 변화가 관찰되고, 환자의 3분의 1이 치매에 이르게 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뇌졸중과 치매의 상관성은 매우 높다. 혈관성 치매는 전체 치매의 10~50％를 차지한다.

뇌의 신경세포는 혈류를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 받는데,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으로 뇌 혈류에 장애가 생기면 뇌세포는 손상되고, 이런 뇌졸중이 여러차례 반복되면서 혈관성 치매가 발생한다.

뇌졸중으로 인한 치매는 반신불수나 보행 장애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뿐 아니라, 인지기능 장애로 인해 옷을 입거나 청소하기, 요리하기, 대중교통수단 이용하기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을 말한다. 뇌졸중에는 뇌출혈과 뇌경색이 있다.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지는 것이고,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는 경우이다. 뇌출혈이 반복되면 혈관성 치매가 생기지만 뇌경색이 반복되어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뇌혈관을 막는 위험인자로는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고지혈증·흡연·과음·비만 등이 있다. 따라서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더욱 조심을 해야 하며,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등은 삼가야 한다. 또 독서나 장기·바둑을 두고 일거리를 찾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가 치매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혈관성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경과가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기정 <경희의료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