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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였던 북한의 김정은 후계구도가 마침내 수면 위로 부상해 미지의 험로를 뚫고 `안정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북한 전문가들의 관측은 `낙관론'과 `회의론' 사이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듯하지만 그래도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회의론' 쪽으로 저울추가 기우는 분위기다.

우선 20대 후반(1982년생 추정)의 나이에 정치적 경륜과 인맥이 탄탄하지 못한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후계자로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앞으로 험난한 우여곡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10년 이상 유지해온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에 힘입어 완력이 커질대로 커진 군부가 `후계자 김정은'을 선선히 받아들일지가 미지수인데다 상황 변화에 따라 군부가 김정은의 대항세력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권력 장악을 위해서는 비대해진 군부의 영향력을 축소시켜야 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군부와 후계구도의 후견세력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이 오히려 김정은한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는 장성택이 김정일 위원장의 휘하에서 김정은 후계 구축을 돕고 있지만 앞으로 자신의 독자 세력이 더 커지면 자신이 권력을 잡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 먹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오랜 세월 식량난과 경제난에 시달려온 주민들의 `민심 향배'도 김정은 후계구도를 위협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화폐개혁이 실패로 귀결된 올해 2월 김영일 당시 내각 총리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평양시내 인민반장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사과까지 한 사례는, 북한사회도 이제 당국의 결정이 `일사천리'로 먹히는 사회는 아님을 분명히 보여줬다.

예컨대 북한 주민들이 나이 어린 김정은이 후계자로 나서려는 것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군부나 다른 세력이 이런 기류를 업고 견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세기 이상을 `수령' 중심의 유일지배체제에 끌려온 북한 정치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김정은 후계구도가 큰 탈 없이 착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는 않다.

작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불과 1년 9개월여만에 김경희(김정은 고모)ㆍ장성택(〃고모부) 부부를 축으로 하는 `혈족 후견세력'을 비교적 견고하게 구축해낸 것을 보면 후계구도의 전도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의 `오른팔'인 장성택은 올해 6월 최고인민회의 12기 3차회의에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 부위원장에 전격 발탁돼 실질적 `2인자'임을 과시했고, 그의 아내 김경희는 27일 김정은과 함께 여성으로서 `군 대장' 칭호를 받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을 호언하고 있는 2012년의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에 맞춰 김정은 후계구도를 한 단계 더 공고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이른바 `로열 패밀리'를 중심으로 후계체제가 구축될 것 같다"면서 "이들 로열 패밀리가 향후 군부와 민심을 얼마나 잘 다독이느냐가 후계체제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계구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든 상관없이 결정적 변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라는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가령 김 위원장이 앞으로 5년 이상 버티면서 김정은 후계구도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준다면 비교적 `소프트 랜딩'이 가능하지만 1∼2년 안에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후계구도가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한 채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김정일 위원장과 비교하면 김정은의 후계 구축 작업은 매우 짧은 기간에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북한에 힘의 공백이 생기면 김정은 후계구도의 안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