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우리 마을에는 10여명이 군대 가게 되었다. 부잣집 아들과 조금 모자란 아들도 입대하게 되었는데, 어른들이 모두 나와 전송하면서, 모자란 분에게는 전쟁터에 가면 죽을 것이라며 안타까이 생각했다.

10명 중 9명이 전쟁터에서 죽고, 조금 모자란 분만 살아왔다. 부잣집 며느리는 얼마든지 군대 안 갈 수 있는데도 보냈다면서, 항상 시아버지와 갈등 속에 살았다. 모자란 분은 일명 ‘개똥이’리고 불렀는데, ‘우향우’나 ‘좌향좌’를 아무리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하여 미군부대 짐꾼으로 배치되어, 미군과 함께 지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매년 음력 7월 15일에 마을 공동우물 청소하는 날이다. 언제나 그는 우물 속에 들어가 청소를 하게 되었다. 나는 마침 중학생이라 위에서 아래를 보면서 “개똥이 아제, 영어로 물이 뭐요?”라고 묻자 “워러”라고 대답했다.

학교에서 ‘워터’라 배웠는데, ‘워러’라고 말하니 “영어를 모르는 구나”로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학교 영어선생님들이 개똥이 아저씨에게 발음을 교정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오직 미군들과 살다 보니, 알파벳을 모르더라도 말은 잘 배워 발음이 좋았다.

병역의무는 남성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중 하나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연예인으로서 그 인기를 먹고 사는 입장에서는 수십 개월을 사회와 격리된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기피하고 싶은 유혹은 충분히 받을 법 한 일이다.

경찰 수사로 밝혀진 MC몽의 병역기피 수법은 멀쩡한 생 이빨을 병역기피를 위해 뽑았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병역을 기피한 이유를 굳이 살펴본다면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으로서는 자신이 인기를 한참 얻고 있는 시기에 수십 개월을 팬들과 격리 된다고 할 때 병역기피라는 범죄를 떠올릴 것이다.

우리나라 현재 지도층의 과거 병역기피 문제는 이제라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 병역면제라고 하지만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도 있는 질이 나쁜 ''병역기피''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군생활을 거의 36개월 정도 하였다.

군에서 빳다 맞으면서 군복무를 다하는 동안, 집안의 빽과 돈을 이용해 허위로 병역을 면제 받은 후 수십년간 출세 가도를 달렸다면 그것은 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연예인처럼 자신의 몸을 축내면서 병역기피를 꾀한 게 아니라 권력과 금력을 동원해 면제를 받았다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고위직이나 선출직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엄격한 병역 이행 여부를 따져 나라의 기강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공무원 채용이나 공기업 입사시험에서 가산점(加算點)을 주는 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

국가안보 총괄점검회의가 가산점제 재(再)도입을 건의했고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위헌적 요소를 피하면서 가산점제를 도입할 세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군 복무 가산점 제도는 1999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違憲) 결정을 받아 시행 39년 만에 폐지됐다.

당시헌재는 가산점 제도 자체가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군필자에게 응시 횟수의 제한 없이 만점의 3~5%를 가산점으로 주는 것은 근소한 점수 차이로 합격·불합격이 갈리는 걸 감안할 때 지나친 보상이므로 제도를 정비하라고 한 것이다.

헌재는 "가산점제는 취업 기회와 취업 준비기회를 잃는 군필자의 불이익을 보전(補塡)하는 것으로 입법 정책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고 매우 필요하다"고 했었다. 청년기에 통제된 군 생활로 2년 정도를 자기 계발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병역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또래의 젊은이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뭔가 공정치 않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국가와 사회는 당연히 그런 형평(衡平)을 잃은 사태를 보상해주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같은 젊은이들이 자기 몸을 일부러 망가뜨리는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가는 게 마땅하고 자랑스러운 일로 여겨지도록 인식을 바로잡지 않으면 국방도 튼튼해질 수 없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