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지난 7월 27일 방학을 맞아 학생들과 교사, 등 우리일행 38명은 5일간의 고구려역사 유적지와 백두산 답사를 떠났다.

여행은 언제나 우리를 즐겁고 기대감에 들뜨게 한다. 알베르 까뮈는 ‘여행은 위대한 학문이다’라고 했듯이 여행은 우리의 정신을 살찌우고 충만하게 만드는 묘약이기도 하다. 중국에 가면 1시간은 젊어진다. 1시간의 시차를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심양공항에 도착해 버스로 통화로 이동하는데 5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중국의 6대도시로 알려진 심양에서 통화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중국의 산야는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드넓은 만주벌판에 가도 가도 이어지는 옥수수밭은 끝이 없을 듯 산비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통화로 가는 길에 무순(撫順)에 있는 항일운동가 양서봉(梁瑞鳳)장군 전적 기념탑에 들러 참배했다. 양서봉장군은 일본군에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며 싸우다 옥수수밭에 매복된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해 그 시신은 여러 곳에 나누어 버려졌다고 한다.

우리는 양서봉 기념관장과 기념관 직원들에게 준비해간 우리 음식과 격려금을 전달하고 다시 출발했다. 통화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로 향하는 길에 만난 작은 도시 통화의 동가강 야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호텔에 도착한 일행은 다음날 일정을 위해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하여 아침식사를 마치고 6시 50분에 백두산 천지를 향해 출발했다. 한참을 가자 고구려휴게소라고 한글로 씌여 있는 휴게소가 나왔다. 이곳에서 우리 동포들이 파는 소박한 지역특산물인 말린 과일과 우비를 준비했다.

휴게소를 지나 이어지는 산길 곳곳에 놓인 벌통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곳 백산시의 꿀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벌통이 놓인 도로의 아래쪽에 흐르는 강물은 압록강의 상류라고 한다. 강 너머의 아담하고 작은 농가들의 주변에도 어김없이 옥수수가 심어져 있었다. 다리하나 보이지 않는 마치 강에 갇혀있는 듯 보이는 마을, 얼마를 가자 대나무발로 엮은 듯한 흔들거리는 다리를 아낙이 유유히 걷고 있었다.

이쪽 지역은 주로 만주족과 한족이 살고 있는데, 이들의 주택은 맞배지붕에 만주족은 청기와, 한족은 빨간 기와로 색을 달리한 것으로도 구분이 되며 우리민족은 팔작지붕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다가 간간히 개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는 즐거움은 뜻하지 않은 선물같은 기쁨이다.

4시간 여 만에 백두산 입구에 도착해 약간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서파산문 쪽으로 이동했다. 서파산문에 입장권을 내고 곧게 뻗은 숲길을 5분정도 걷자 셔틀버스가 보였다. 여기서 천지 5호 경계비 아래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하는 데 이 길도 하나의 관광이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자욱한 안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안개에 가려진 푸른 초원은 이따금씩 그 얼굴을 드러내 보여준다. 소박한 들풀들이 삐죽이 얼굴을 드러내고 그 위로 편백나무와 비슷한 이름은 알 수 없는 나무들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그 위로 구름같은 안개가 비켜간다. 이렇게 50분여 만에 셔틀버스에서 내리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게 느껴져 준비해온 옷들을 하나씩 껴입고 우비를 입는다. 중국인들의 복장도 반팔 티셔츠에서 털외투를 입은 사람까지 가지각색이다.

주차장에서 천지까지 걸어서 30분정도 걸리는데 그 수가 1200개 계단이다. 천지에서 부터인지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게 흘러내려 온 물줄기가 계단 옆으로 실개천처럼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흐르는 물소리와 안개비의 상쾌함에 힘든 것도 잊은 채 웃음을 나누며 길을 올랐다. 아래서부터 안개가 끼어있었지만 바람이 불어 걷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천지에 올랐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자 안개는 더욱 심해지고 우박까지 내렸다.

조선 영조때 선비 박종(朴宗1735-1793)은 1764년 5,6월 사이에 백두산을 답사한 기행문인 「백두산유록」을 남겼다. “햇빛에 빛나는 백두봉을 바라보니 옥으로 이뤄진 웅대한 탑이 층층이 솟아올라 하늘을 버티고 서 있는 듯...... 그림인양 아름답다. 석봉이 늘어선 것이 병풍을 두른 것 같고 높이 솟은 것이 군자와 같다〃고 천지의 자연적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

이후 최남선의 백두산근참기(1926~1927)에서는 백두산의 신화적 권위를 밝히고 한국정신에 대한 민족애와 더불어 미학적 신앙을 표현하였다. 일제 식민지 이후 백두산은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고 우리 민족문화의 근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비록 안개에 덮여 천지를 볼 수는 없었지만 2,740m 표시석과 천지표지판에서 기념촬영만으로도 장엄한 기운을 온몸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내 몸과 마음이 맑은 기운으로 꽉 채워진 듯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하산하여 다시 버스로 내려와 금강대협곡을 향했다. 중국 청나라때 일어난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협곡이라고 한다. 협곡을 따라 난 길은 나무로 산책로처럼 만들어져 걷기에 편안했고, 비에 젖은 숲에선 이끼냄새가 가득했다. 그 아래 협곡은 용암이 분출한 채로 굳어 만들어진 모양들이 정말 독특하고 멋진 장관이었다.

셋째 날, 통화에서 집안으로 이동하여 고구려유적지인 광개토대왕비, 왕릉, 국내성, 장군총, 환도산성, 묘지안에 청룡, 백호, 주작(새), 현무(거북이) 벽화로 가득한 오회분 오호묘를 답사하였다. 고구려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장군총의 받침돌 하나가 없어져 동북쪽 사면이 무너져 내려가고 있는 모습, 답답한 유리보호막으로 씌워놓은 광개토대왕비석이 부식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장군총보다 2배나 큰 광개토태왕릉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면서 무너져 내려가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들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여 사라져 가고 있는 듯한 국내성의 성벽들을 보며 옛 고구려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어디선가 고구려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다.

국내성을 마치고 비탈길로 졸본성인 환인으로 들어가니 늦은 저녁이었다.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아름다운 환인에서 잠을 잤다.

넷째 날, 고구려의 동명성왕이 고구려를 세웠던 졸본성터에 올랐다. 이름이 오녀산성이다. 가파른 정상에 오르니 환인의 혼하(비류수)가 태극마크를 하고 보인다. 궁궐터도 보이고, 천여명이 먹을 수 있는 천지라는 우물에 지금도 물이 솟아나고 있다. 정말 높은 꼭대기에 물이 있다는 것이 신비스럽다.

한국인들이 가장 살기 좋은 심양으로 이동하였다. 너무나 멀어 점심이 늦었다. 도착하자 조선을 침략했던 청태종의 고궁, 병자호란의 삼학사가 처형되었다는 중산공원,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코리아타운 서탑가 등을 답사하였다.

다섯째 날, 아침 일찍 호텔을 출발하여 심양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마치고 인천으로 들어와서 버스로 광주까지 왔다. 2007년만 하더라도 광주-심양간 정기노선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져 너무나 아쉬운 감이 든다.

이번 여행 중에 만났던 선생님들과 학생, 학부모님들 그리고 이번 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관하고 인솔하신 낙원유치원 김영희원장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고구려역사에 대한 좋은 공부의 시간을 다시 가졌던 것에 감사드린다.

글/ 韓中文化交流會中央會理事文京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