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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중국 상해 엑스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5개월 간 약 7천만 명이 다녀간 엑스포는 그야말로 세계인의 축제였다. 2012년 여수 엑스포를 눈앞에 두고 있는 터라 문화관광을 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전시장의 광활함에 압도되었고 각국의 특징을 살린 정성어린 준비에 감동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개최국의 졸속한 준비와 엉성한 시설물 등이 더러 눈에 거슬렀지만 대체로 무난한 행사 진행과 준비라 여겨졌다. 인기 있는 나라관은 보통 네댓 시간 줄을 서기 예사였고,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독일관 등은 대 여섯 시간은 족히 줄을 서야할 판이었다.

한국관은 중국인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무엇을 두고 한 말인지 조금 의외였다. 한국관 역시 서너 시간 이상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외양, 곧 건물의 크기나 장식보다는 내용이 너무 엉성했다.

해학과 탈출, 격정과 판소리, 열정과 비보이, 몰입과 태권도, 경쾌와 패션쇼, 환희와 한류, 흥취와 국악, 생동과 난타 등이 한국의 역사와 전통, 고유한 문화를 대변한지는 차치하고라도, 그 내용이 거창한 제목에 걸맞지 않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을 알려야할 순간에 갑자기 발레리나가 나와서 발레를 한다거나 동방신기 등 이른바 한류 스타의 영상이 나타나 주제가 애매한 내용을 연출하는 등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지 참 아리송했다. 물론 한·중간에 잘 지내보자는 것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지만…. 또 터치스크린을 통하여 어떤 내용을 홍보하려 했지만 터치가 잘 되지 않은데다가 속도가 너무 느리고 밀려드는 인파를 전혀 예측하지 못해 누구 하나 제대로 터치하여 감상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특히 3D 영화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태리나 스페인, 영국관, 중국관, 프랑스관 등에서 대번에 느끼는 그들만의 문화 향취와 전통의 무게 등을 왜 한국관에서는 느낄 수 없었을까? 왜 나와 함께 갔던 동료들은 너무 무성의하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었을까? 정말 아쉽고 씁쓸한 감회였다.

게다가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한국 식당이었다. 우선 한국 식당이 한국관과는 별개의 건물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턱없이 비싼 가격에 비해 음식의 맛과 질이 너무 형편없었음은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되었다. 이태리의 경우 전시관 내에 피자와 파스타 등 그들의 대표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서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쯤 들러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가격 대비 맛도 괜찮았다.

이제 앞으로 2년이면 우리도 엑스포를 치러야한다. 상해의 경우를 타산지석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 있을 것이며 우리의 전통과 역사, 문화와 자원을 십분 발휘할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접근성, 숙박, 안내, 음식, 보안, 의료 등 여러 면에서 우리가 보완하고 대비해야 할 사안들이 한 둘 아닐 것이다.

또한 그에 못지 않게 다국어로 된 홍보 책자 등 홍보 또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을 적절하게 잘 그려야할 것이다. 여수 엑스포를 통해선 한국을 잘 설명하고 그를 통하여 문화 한국, 관광 한국의 이미지가 또렷하게 각인되어 지역 발전은 물론 국익에 큰 기여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상해가 양과 거대함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우리 여수는 질과 섬세함, 그리고 멋과 맛으로 승부를 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축제장마다 찾아다니는 뜨내기 식당 업자에게 임대료 몇 푼 받고 식당을 임대하여 국적 없고 특색 없는 음식을 팔게 하는 우를 범해선 곤란할 것이며,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을 팔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특히 공연하나를 하더라도 우리의 역사성과 전통에 걸 맞는 상품 개발이 있길 바란다.

최한선<전남도립대 교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