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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섹스와 관련한 흥미로운 과학적-의학적 성과물이 쏟아지고 있다.

섹스의 부가가치를 돈으로 정확하게 환산하는가 하면 배우자나 애인 외에 다른 이성을 탐하는 이들에 대한 유전자 분석이 시도되고 있다. 또 이와는 반대로 오직 한 명의 이성에게만 성적(性的)으로 충실하게 만드는 '마법의 묘약'도 연구 중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달과 화성 등 외계 세계에 이어 인간 본성의 가장 미묘한 미답지(未踏地)인 섹스를 정복한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정력가는 고 소득자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와 영국 워윅 대학의 앤드루 오즈월드 교수는 최근 각 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여러 요인 중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량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성인 남녀에게 섹스가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 중에 상식에 속하지만 이번 연구는 얼마나 중요한지 수치로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블랜치플라워는 한 달에 한 번 섹스를 하던 사람이 최소 1주일에 한 번 이상 섹스를 할 경우 생산되는 만족도의 총합은 보통의 미국인(연간소득 중간층)이 한 해 5만달러(약 6천만원)를 더 벌 때 얻는 만족도와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만족스런 한 번의 섹스는 무려 1,250달러(1백50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계산이다. 인류의 복지증진을 위해 실업과 불평등, 인플레이션 감소 등을 추구해온 경제학자들에게는 상당히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두 학자의 주장대로라면 섹스를 자주 즐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쉽고 효과적인 행복추구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오즈월드 교수 등은 미국여론조사센터의 사회조사자료를 토대로 계량경제학적으로 접근했다며 "이같은 결론은 남성과 여성, 40대 이하와 이상에 모두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재력과 섹스는 무관

이와 함께 1만6천여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블랜치플라워-오즈월드 교수의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재력과 섹스의 상관관계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 고소득층의 21%, 저소득층의 19%가 1주일에 2~3회 섹스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1주일에 4회 이상 섹스를 하는 고소득층은 6%에 불과한 반면 같은 횟수로 섹스를 하는 저소득층은 8%에 달했다. 보통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돈이 많다고 해서 섹시한 파트너를 더 많이 구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기혼자들이 미혼자나 이혼자, 미망인보다 섹스를 많이 하지만 행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섹스 파트너는 연간 한 사람이며 돈을 주고 섹스파트너를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현저히 행복감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간통은 유전자의 죄

영국 런던 세인트 토마스 연구소의 팀 스펙터 교수는 이달 초 여성들의 부정(不貞) 혹은 간음이 유전자 조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특히 여성의 유전자를 집중 연구한 결과, 스펙터 교수는 쌍둥이 여성 중 한 여성이 간음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나머지 한 여성도 같은 전철을 밟을 확률이 55%에 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여성 중 23%만이 이같은 부정의 경험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다. 게다가 쌍둥이 여성의 경우 전혀 다른 배우자와 살더라도 이와 상관없이 상대방에 대해 성적으로 충실하거나 아니면 충실하지 않거나 어느 한 방향으로 같은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펙터 교수는 그러나 어느 특정 유전자가 부정과 관계 있다는 결론은 내리지 않고 있다. 그는 "단일 유전자에 책임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상당히 많은 여러 유전자가 관여하는 듯하다. 아마 (사회적 통념을 깨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나 개인적 특성에 따른 유전자 등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회심리학자인 페트라 보이톤 박사는 "만일 당신이 어릴 적 자기 어머니가 아버지를 속이고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보았다면 그대로 모방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질 것"이라며 개인적 특정 행태가 유전된 것인지 혹은 학습된 것인지는 밝혀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BBC방송은 2002년 10월 방송한 다큐멘터리에서 평소 특정 상대에 성적으로 충실한 여성이라 하더라도 한 달 중 배란기 같은 특정 기간에는 다른 상대방과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스털링 대학이 배란기와 비(非)배란기의 두 그룹 여성을 상대로 컴퓨터로 조작된 한 남성의 각기 다른 사진을 보여준 결과, 비배란기의 여성들은 좀더 자상해 보이는(아이들을 양육하거나 자신을 보호하기에 적합한) 쪽을 선호한 반면 배란기의 여성의 각진 턱의 좀더 강해보이는 쪽을 선택했다.

글/이상연 (lsy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