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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일본 규슈에 가기로 되었으나, 지진으로 취소하고 말았다. 규슈 지방은 아무런 피해가 없는데 갈 수 없었다. 사실 일본이 낙심하고 있을 때 여행을 가주는 것이 일본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일본이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나쁜 인상을 받는 것은 우리 땅을 강탈하고, 중국을 점령하여 남경대학살과, 하얼빈 731부대 등에서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독도 문제를 제외하고는 우호관계가 좋아졌으며, 일본에는 사상 최대의 한류(韓流) 바람이 불어 가까워진 것도 사실이다. 또한 우리가 빨리 성장한 것도 일본의 협력과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생전에 연말연시를 일본에서 자주 보냈다. 그는 일본 언론의 신년 특집을 보거나 산업계 학계 언론계 인사 면담을 통해 세계와 일본의 흐름을 읽고 경영 구상을 가다듬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여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심이 높고 참고할 만한 정보가 많다는 말도 했다. 삼성과 한국경제의 위상을 끌어올린 반도체 사업 진출도 동경(東京)구상의 산물이었다.

이건희 회장도 틈나는 대로 일본에 가 기업 현장을 찾거나 각계 인사들을 만난다. 그는 '일본을 따라가려면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80년대까지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힘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경제성장 둔화와 선심성 정책에 따른 세계 최악의 재정적자, 걸핏하면 정권이 바뀌는 정치적 불안정, 의사 결정이 늦은 비효율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일본의 연구개발 수준과 제조업의 기술 및 품질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내공과 깊이도 전반적으로 한국보다는 위다. 일본의 약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겠지만 우리가 벤치마킹 해야 할 강점은 여전히 많다. 희생자가 무려 수만 명으로 추정되는 지진과 해일(海溢), 원전(原電) 사고의 대재앙 속에서 일본인들의 차분하고 질서 있는 대응은 놀라웠다.

쇼핑센터, 주유소, 지하철역에서 그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몇 시간씩 줄을 선다. 대피소에서는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 먼저 먹으라고 양보하는 배려가 넘치고,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전력이 부족해지자 동경(東京) 등 지진 피해가 덜한 지역에서는 주민이 전기 사용을 줄이고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절전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웃 국가가 겪는 사상 최대의 재난을 못 본 척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일본이 전쟁보다 더한 진도 9.0의 대지진은 1995년 일본열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지진보다 몇 십배 위력이었으며, 15m가 넘는 해일은 영화의 장면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일본은 지구촌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형제간이다. 어려움을 당했을 때의 형제간이 제일이다. 피할 수도 없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천재지변은 우리에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일본에 지원의 손길을 펼쳐야 한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아낌없이 도와 주어야 한다. 재일 한국인들의 체면도 서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인과 유학생이 아주 많다.

피해자의 일부는 바로 우리 한국인들이다. 재일 한국인 사회가 가진 일본인들과의 소통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일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을 주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일본이 재해를 극복하고 난 후, 일본인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재일 한국인 사회와 유학생들의 도움을 기억한다면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일본을 미워한 것은 우리보다 더 잘 살고, 따라가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침략을 받았던 몽고족나 만주족에게는 미워하지 않는 것은 우리보다 못 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절망적인 고난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반일감정을 없애버리고, 정부나 특히 한류스타들이 대거 참여하여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일본은 머지 않아 다시 새롭게 탄생 할 것이다. 그 때 우리의 고마움을 기억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나란히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장. 호남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