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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은 동지(冬至)후 105번째 되는 날이다. 한식과 청명은 양력으로 4월 5일 식목일 무렵에 든다. 한식의 유래는 고대 중국에서부터 전해져 온 것으로 춘추(春秋)시대 진(晋)나라에 개자추(介子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문공(文公)이 왕이 되기 전에 공자(公子)로서 망명을 하여 외지에서 떠돌고 다닌 동안 문공을 극진히 모셨던 충신이었다. 문공이 굶주려 죽을 지경일 때, 그가 허벅지를 잘라 맛있게 요리하여 문공은 그것을 먹고 살 수 있었다.

문공이 아버지의 노여움이 풀려 진(晋)에 돌아와 왕이 되었고, 다른 신하에게는 높은 벼슬을 주었으나, 개자추에게는 소홀히 대하자 그는 산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문공이 뒤늦게 잘못을 알고 그를 찾았지만 그는 산중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는 개자추가 숨어 있는 산에 불을 지른다면 산에서 빠져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산에 불을 질러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으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불꺼진 산을 뒤지니 그는 버드나무 밑에서 타 죽고 말았으니, 문공은 탄식을 하며 이날만은 개자추를 위해 불을 피우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자연히 밥도 짓지 못하고, 식은 밥을 먹게 되어서 한식(寒食)이라 하게 되었다. 북송(北宋)시대 장택단(張擇端)이 그린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는 수도인 개봉(開封)의 청명절(淸明節)에 맞추어 그린 그림으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하다.

작년 상해박람회 때 중국관에서 대형으로 이 그림을 전시하였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재현하였다. 이 그림에 나오는 인물은 814명, 소나 말, 돼지 등이 83마리, 선박이 29척, 건물이 30채, 차량이 13대, 가마 14대, 교량이 17곳, 수목이 180그루, 사람들의 생김새가 각각 다르고, 옷차림도 각양각색으로 송나라 풍물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지난주는 청명과 한식 주간이었다. 조상의 성묘는 물론 묘지를 새롭게 단장하는 기간도 이 기간에 이루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토가 묘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묘지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묘지 난을 해소하기 위한 화장 역시 납골당 시설로 인해 산림훼손은 물론 미관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장사제도 및 장례문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국민들은 향후 장례방법으로 매장보다 화장을 크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 좋은 일이다. 화장을 선택한 이유로는 깨끗하고 위생적이며, 화장한 후 희망하는 유골 안치장소는 자연장(自然葬), 산이나 강에 뿌리는 산골 순으로 나타났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가루를 수목,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는 장사지내는 방법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화장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라 화장시설의 설치를 위하여 제도개선 및 화장 관련시설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일원화된 인터넷 화장 예약서비스가 실시됨으로써 화장시설 이용의 편의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묘지통계에 따르면 전국 묘지 면적은 10만㏊로 추정되며, 국토 면적의 1%가 묘지로 잠식되고 있다. 전체 묘지기수로는 약 2000만기로 추정하고 있으며, 국민 1인당 평균 주거공간이 14㎡인데 비해 묘지는 50㎡에 이르러 산 사람의 주거공간보다 죽은 자의 공간이 3배나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이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의식을 지배해온 유교적 전통에 따라 조상의 묘를 중히 여기는 숭조사상에 기인한 결과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산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과 이와 무관치 않다. 사람들은 '명당(明堂''이라고 생각하면 깊은 산 속은 물론 국유지에도 묘지를 불법으로 조성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개인을 비롯한 문중묘의 경우 가문의 위세와 후손의 출세를 과시하기 위해 호화분묘 조성과 관련해 파생되는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묘지의 대체지 확보가 쉽지 않은 점이다. 지자체마다 공동묘지는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이 많으므로 자연장이나 묘 하나에 한 집안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여 국토를 아름답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장. 호남대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