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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지구 ‘운천저수지’를 일명 서호(西湖)로 부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서울의 숭례문(崇禮門)을 남대문, 흥인문(興仁門)을 동대문으로 부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서호라 부른 것은 서구에 있는 호수란 뜻이다.

그 동안 40여년을 남구에서 살던 것을 정리하고, 서구로 이사 오게되어 서호를 자주 걸었다. 작년 말 눈이 펑펑 내린 날 너무나 아름다워 주변을 걸어다녔는데 환상적이었다. 얼마 전 영문학자인 탁인석교수와 호수를 걸으면서 벚꽃을 보고 이름을 ‘서호’로 부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묻자, 그도 역시 좋다고 대답하였다.

시내에 저수지보다는 호수라는 이름이 좋다는 것이다. 중국 항주(杭州)는 외국인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었으며, 남송(南宋) 시대 수도였다. 함평 출신 김철선생이 이끌었던 임시정부가 있었던 곳이며, 대각국사 의천이 수도한 곳이기도 하다. 항주를 말할 때는 서호가 떠오른다.

항주의 서쪽으로 펼쳐진 서호는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호수로, 서호 안에는 소동파가 만든 소제(蘇堤)와 백락천이 만든 백제(白堤)가 있다. 둑 위로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호수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서호가 너무나 유명하여 중국에 36개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원, 일본의 후쿠오카에도 서호를 본 따 만든 호수가 있다.

서호는 백락천이나 소동파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송나라 시인 임포(林逋)에 의해서 더욱 유명하다. 임포는 서호의 아름다움에 취해 결혼도 않고, 고산(孤山)에 매화를 심어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키우며 살았다.

그래서 그를 매처학자(梅妻鶴子), 서호주인으로 불렀다. 정철 선생의 관동별곡에 "금강대 맨 윗층에 선학(仙鶴)이 새끼치니, 서호 옛 주인을 반겨서 넘노난 듯"'이라는 시구에도 등장된다. 이처럼 서호는 중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호수이다.

서호 10경 중 소제춘효(蘇堤春曉)는 소동파가 만든 제방에 이른 봄날 아침 안개가 자욱이 끼어 있는 가운데 초록빛의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져 있고, 하얀 복숭아꽃이 살짝 물위에 떠 있을 때 그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다.

삼담인월(三潭印月)은 서호 안에 있는 가장 큰 섬의 옆에 있고, 3개의 석등이 있는데, 여기에 불이 켜지면 마치 작은 달처럼 보이는 운치가 있어 삼담인월이라는 말이 생긴 곳으로 참으로 환상적인 풍경이다.

삼담인월은 서호 바닥의 진흙을 파서 만든 곳이다. 호수 안에 섬이 있고, 섬 안에 3개의 호수가 있는데 그 안에 호심정(湖心亭)에서 서호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 관광객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서호에는 장교(長橋), 단교(斷橋), 고산(孤山)이 있는데, "장교는 길지 않고, 단교는 끊어지지 않았으며, 고산은 외롭지 않다." 는 말이 있다.

서호에 있는 장교는 보기에는 짧은데 이름을 ‘장교’라고 지었다. 짧은 다리이지만, 사랑하는 남녀가 계속 다니다 보니 긴 다리란 뜻이다. 고산이 외롭지 않은 것은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는 것이다.

단교잔설(斷橋殘雪)은 끊어진 다리가 아니라, 다리에 눈이 내리면 해가 비치는 곳은 눈이 빨리 녹아 산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끊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 생긴 말이다. 광주호 8경인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풍암정, 독수정, 송강정, 면앙정을 선정한 적이 있고, 전남 8대정자로 물염정, 식영정, 호가정, 함허정, 영모정, 회사정, 부춘정, 세연정을 선정하였다. 장흥군 세미나에 서울 남쪽에 있으니 회진에 정남진으로 바꾸면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제안을 했으나,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지만, 장흥군은 정남진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신영산강 8경을 새로 짓기에 참여하여 영산석조(榮山夕照), 몽탄노적(夢灘蘆笛), 석관귀범(石串歸帆), 죽산춘화(竹山春花), 금성상운(錦城祥雲), 평사낙안(平沙落雁), 풍영야우(風詠夜雨), 죽림연우(竹林烟雨)으로 지었다. 서호를 주변을 조금 더 확대하고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처럼 매일 밤 일정한 시간에 분수쇼를 하면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이며, 광주의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강원구 <한중문화교류회장. 호남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