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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조상은 1만5000년 전 사냥이나 채집 생활을 하며 떠돌던 사람들 주위에 먹이를 찾던 늑대 몇마리로부터 시작된다. 비교적 순한 성격이었던 늑대들은 인간에게 붙잡혔고, 인간은 그들을 길들여 함께 살았다.

밤에 몰래 무리를 공격하는 침입자들을 향해 짖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인간의 영원한 친구' 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늑대가 인류와 처음 만나 개로 진화를 시작한 곳은 어디였을까. 지금까지는 동아시아였다는 학설이 가장 유력했다.

동아시아의 회색늑대가 개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대규모 유전자연구로 이를 뒤집은 새로운 주장이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지난해 발표됐다. 이 논문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생물통계학과 박사과정의 한은정 씨(30)가 제 4저자로 참여했다.

연세대 생명공학과를 졸업한 한씨는 개와 늑대의 게놈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한씨는 "개와 늑대의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중동지역에서 사는 늑대가 처음으로 개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진은 늑대와 개의 게놈 안에 있는 4만8000여개의 유전자 표지(마커)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개는 중동에 사는 늑대와 유전자를 가장 많이 공유했다.

중동에 사는 개가 유전적인 다양성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유전적인 다양성이 높을수록 진화가 먼저 일어난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떤 유전자가 늑대를 개로 진화시킨 것일까. 한씨는 "연구결과 기억 유전자와 사회성 유전자가 개의 진화과정에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늑대보다 주인을 잘 기억하고 사회성이 높은 늑대가 처음에 사람과 같이 살게 되었고, 개로 진화하면서 그런 능력이 더 발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개가 우리 역사에서 여름철 삼복 요리는 '구장(狗醬)'이었다.

'동국세기(東國歲記)'를 보면 "구장을 한다. 구장을 대신하여 삼계장을 한다"라고 돼 있다. 그러니까 한민족의 삼복 음식은 삼계탕이 아니라 구장이었던 것이다. 구장은 '개장', '개장국'을 말하며, 개 고기를 고아 끓인 국이다.

옛날부터 삼복(三伏)때 이를 먹는 풍습이 있고 지양탕(地羊湯), (속어) 보신탕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요즘 구장은 물론 개장, 개장국이란 말도 통용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사전에서 속어라고 하는 보신탕을 비롯해서 보양탕, 영양탕, 사철탕, 멍멍탕 그리고 심지어는 한때 존슨탕이라고 부른적도 있는데, 재료 종류를 드러내지 않고 쓰는 말이다.

몸보신이 되고, 영양이 많고, 사철 먹어도 좋을 음식이 개장국만은 아닐텐데도 이들 말은 개장국을 가르킨다. 한국의 개 식용에 관한 최초의 외국의 소개는 1847년 프랑스 선교사 달렌이 쓴 '조선교회사' 첫머리에 "조선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는 개고기다"라고 쓰여있어 예로부터 조상들은 개고기를 즐겨왔던 것으로 보인다.

개고기는 중국 광동지역에서도 즐겨 광동성 개고기 요리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향육(香肉)'이라 하여 개의 부위에 따라 여러가지 요리가 있다. 중국인들에게는 단지 고단백질 음식일 뿐이다. 하지만 북한 평양시 낙랑구역 통거리에는 '평양 단고기집'이 있는데 1992년에 개장했다.

한국에서 단고기는 공인된 식료가 아니어서 규모가 큰 개장국 식당이 드문데, 평양 단고기집은 630석의 식사홀과 80석의 연회장, 7개의 방을 갖추고 있기까지 하다. 한국은 이런 규모의 식당은 없지만 숫자는 많다. 이렇다보니 복날이면 하루 평균 30t에 달하는 개가 보신탕용으로 죽어가 20억 원대의 물량이 거래된다.

개고기를 먹고 안먹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에 좋다면 지렁이부터 천연기념물까지도 잡아먹는 비이성적인 보신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얼마전 위기에 처한 개를 인공호흡을 통해 살려낸 남성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레디'라는 이름의 7살 된 불독은 주인이 던져준 바비큐를 먹다가 기도가 막히면서 갑자기 숨이 멈췄다.

이를 본 주인은 개의 입을 열어 목에 걸린 뼈다귀의 위치를 파악한 뒤 곧장 손을 넣어 이를 뼈다귀를 꺼내고 인공호흡을 해 살렸다. 문제는 개는 배신하지 않고 주인에게 충성한다. 개만도 못한 인간이 많으니 안먹는게 좋을성 싶어서 이 소식을 전한다.

고운석<시인. 무진주문화마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