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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고 무례히 행치 않고 자기의 유익을 원치 않고 성내지 않고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하리라, 사랑은 모든 것을 믿고, 바라고 견디니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을 함께 있을진데 그 중에서 제일은 사랑이라.’ 성서의 말처럼 사랑은 인간의 주성분이다.

사랑은 인간의 근원을 이룬다. 인간의 생은 여러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우리로 살기 위해서 먹어야하고 먹기 위해서 일해야 하고 일하기 위해서 알고 생각하고 배워야 한다. 또 우리는 생을 즐기기 위해서 놀고, 춤추고 마시고 미를 창조하고 예술을 만든다. 우리는 생의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위해서 기도하고 수양하고 신앙을 갖는다.

우리는 자유를 원하고 지키기 위해서 다스리고 싸워야 한다. 또 자손을 낳고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사랑하고 결혼하고 생식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가 합하여 인간의 생활을 이룬다. 생은 다원적 내용으로 구성된다. 인간의 행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한다는 행동이다.

사랑은 인간행동의 주축을 이루고 인간의 생활의 근간을 구성한다. 우리는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랑을 갖는다. 피를 근본으로 한 혈족애가 있다. 어버이와 자식간의 사랑, 형제자매간의 사랑, 친척간의 사랑,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 에로스적인 남녀의 사랑, 부부의 사랑이 있다.

그리고 우애와 사제애와 인류에 대한 사랑이 있다. 우리는 그 밖에 여러 가지 사랑을 갖는다. 자연에 대한 사랑, 하느님에 대한 사랑, 진리와 예술 문화에 대한 사랑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여러 가지 속에 살아간다.

사람에게서 사랑을 빼면 태양에서 빛을 빼는 것과 같다. 루소가 말한 바와 같이 ‘산다는 것은 곧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살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인생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 기쁨이 있고 향기가 있고 보람이 있고 행복이 있다. 인생에서 사랑을 제거해 본다면 삶의 의미가 없어지고 인생은 곧 사막으로 변할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남녀간의 사랑을 논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것을 연애라고 하고 또 에로스라고 일컫는다. 우리말에는 사랑한다는 말이 하나밖에 없다. 그러나 희랍어에는 사랑하다는 말이 세 가지로 표현된다. 사랑은 그 대상에 따라서 성격과 내용이 다르다.

무엇을 사랑하느냐에 따라서 사랑의 내실과 표현이 달라진다. 인간의 사랑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아가페(agape)라고 했다. 그것은 경건하고 엄숙한 것이요, 자기를 바치고 나를 용서해 주는 종교적 사랑이다. 젊은 남녀간의 사랑을 에로스(eros)라고 칭했다.

그것은 뜨겁고 정열적인 것이요 상대방을 소유하고 독점하고 싶은 사랑이다. 또한 이웃사람에 대한 사랑을 필리아(philia)라고 일컬었다. 그것은 인간 일반에 대한 배려와 우정의 사랑이다. 사랑은 불과 같다. 불은 너무 멀리하면 추워서 못 견딘다.

너무 가까이 가면 불에 타고 만다. 적당한 자리에서 불을 쬐면 따뜻하고 행복하다. 우리 인생에 사랑이 없으면 불이 없는 것처럼 춥고 냉랭하다. 그러나 사랑을 잘못 다루면 비극의 씨가 되고 자타를 파멸하기 쉽다. 사랑을 지혜롭게 다루면 인생은 한없이 즐겁고 행복하다.

루소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열살에는 과자에 움직이고, 20세에는 연인에, 30세는 쾌락(快樂)에, 40세에는 야심(野心)에, 50세는 탐욕에 움직인다.’ 젊은이는 주로 사랑에 움직인다. 사랑은 젊은이만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서 아름다운 기도를 배우고 숭고한 희생을 알고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황홀한 미를 체험한다. 나밖에 모르는 에고이스트로 사랑 속에서 타인의 생명의 존귀성을 느낀다. 한 여성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몸부림칠 때 우리는 인생의 겸손을 배운다. 돈도, 권력도, 재주도, 지위도 한 여인의 마음을 살수 없다는 것을 느낄 때 인생을 보는 눈을 크게 뜨게 된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람 앞에서 순수해지고 온유해지고 선량해진다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