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대학을 졸업한지 오래되어 이제는 중년이 다 된 제자가 찾아와 물어왔다.

“유능한 교사와 훌륭한 선생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아니 자네의 교직 경력이 얼마인데 아직도 그런 고민을 하나?”

이렇게 반문하며 스스로 유능한 교사와 훌륭한 선생님의 차이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그 제자 또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유능한 교사라는 평판을 받고 있는데도 여전히 그런 질문을 가슴에 품고 있다고 생각하니 쉽게 그 답을 단언 할 수 있는 물음은 아닌 것 같다.

교사로서의 생활, 그 어떤 직종과 다르게 한 인간의 인생과 사회, 국가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그리 수월하기만 한 직업은 아님이 틀림 없다.

모름지기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역할은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최우선적 척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할 때 유능한 교사와 훌륭한 선생님의 차이에 관한 명쾌한 답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교사라면 유능하고 훌륭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으며 이미 우리 교육계에는 이러한 노력이 보이지 않게 계속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학생이나 학부모는 누구나 유능하고 훌륭한 선생님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한다는 것 또한 확실하다.

유능함과 훌륭함을 겸비한다는 것은 교사가 일생동안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자신의 교육적 역량으로 인해 학생들이 그 들의 삶에 대한 희망과 꿈을 키워 갈 대, 학부모나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유능한 교사,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말을 주저 없이 할 때 교사 스스로 존재의 의미와 자부심은 커질 것이다.

유능한 교사와 훌륭한 선생님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요한 타자(Significant others)로서의 교사의 역할에 대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타자인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성숙한 사회인으로써 이상과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모범적인 그의 행동과 태도는 학생들에게 동일시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교사의 중요한 타자로서의 역할은 인지적인 면에서나 정의적인 면에서 그 어떤 사람보다도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옛말에 군주와 스승, 부모는 같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왜 낱말의 배열순서가 군주, 스승, 부모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학생의 지식과 가치, 태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존재라면, 교사는 가장 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부모의 가르침에 비해 교사의 그것은 여과 없이 학생에게 수용된다.

이제까지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부분의 인물들은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타자가되었던 교사를 만났으며, 이 만남을 계기로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유능한 교사와 훌륭한 선생님을 중요한 타자로써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유능하고 훌륭해지고 싶은 교사가 중요한 타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솔로몬의 지혜. 프로이드의 통찰력, 아인슈타인의 지식, 나이팅게일의 봉사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최소한 이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이미 갖추었을 때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능한 교사가 되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유능한 교사에게 남과는 다른 뛰어난 지식, 숙달된 기능, 투철한 봉사 정신이 바탕이 된다. 그러나 유능한 교사가 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것은 솔로몬, 프로이드, 아인슈타인, 나이팅게일 등과 같이 검증된 인물의 우수한 요소만을 갖추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거나, 그에 버금가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르게 훌륭한 선생님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존경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훌륭한 선생님의 교육은 바로 학생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과 사랑에서 출발하고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는 데에 있다.

우리는 가끔 지난날을 회상하며 유능한 교사보다는 훌륭한 선생님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훌륭한 선생님 중에는 유능한 교사도 있지만, 우리가 손꼽는 훌륭한 선생님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베풀어주며, 항상 이해와 존중을 아끼지 않았던 분이었다. 마치 아버지나 어머니, 형이나 오빠, 친구같이 다정다감하였던 선생님을 우리는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기억한다. 물론 훌륭한 선생님은 유능한 교사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선생님은 유능함보다는 훌륭함에 비중을 두게 되며,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것은 유능한 교사가 되는 것보다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의 수요자가 진정으로 바라고, 그들의 기억에 지워지지 않는 선생님이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의 황폐화가 아무리 매섭다고 할지언정 훌륭한 선생님의 등장은 교육에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을 불러들일 것이며 학부모에게는 교육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게 된다.

교육의 비전은 훌륭한 선생님에게 있다. 그리고 확신하건데 우리의 주변에는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선생님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미래가 밝은 것은 모두 이렇게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유능함을 겸비한 훌륭한 선생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두의 유능한 교사와 훌륭한 선생님의 차이를 물어왔던 그 제자도 유능하고 훌륭한 선생님이지 않을까?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