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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폐기를 위한 수순 밟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5일 전당대회에서 당권 주자 전원이 'FTA 폐기'를 주장했던 현 지도부는 이날 FTA 발효를 눈앞에 두고 정부와 미 행정부에 'FTA 발효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4월 총선에서'FTA 재협상과 문제조항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경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강경노선을 펴는 차원을 넘어 'FTA 폐기'를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 등에게 한·미 FTA 발효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내용으로 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FTA 발효정지 요구' 서한 미국에 보내기로

한명숙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발효와 관련해 민주당이 여러 번 발효 중지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당내 한·미 FTA 무효화투쟁 특위의 제안을 받아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내용으로 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르면 2월 말로 예정된 FTA 발효를 막기 위해 미 행정부와 의회에 대한 직접적 설득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서한은 내주 중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한 자체가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미 정부를 압박하고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FTA 재협상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FTA가 일단 발효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신경민 대변인은 "이번 서한을 시작으로 FTA에 대한 요구 수위를 계속 높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FTA 비준안 국회 통과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폐기·유보를 넘어, FTA 자체를 폐기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도 적잖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한·미 FTA 폐기에 대해 당 지도부 경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대국민공약을 했다"며 "골목상권과 서민 보호, 경제민주화를 위해 한·미 FTA는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재협상·폐기' 총선·대선 공약으로

민주당의 현재 당론은 ISD 폐기를 위한 재협상이다. 그러나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사람도 많다. 민주당은 'FTA 문제조항 폐기를 위한 전면 재협상'을 총선·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이지만, 폐기까지 치달아버릴 가능성도 있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ISD 조항뿐 아니라 작년 7월 FTA 재재협상 대상으로 제시한 '10+2' 조항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며 "미국과 전면 재협상을 하되, 수용이 안 되면 FTA 자체를 폐기하는 것도 총선·대선 공약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4월 총선에서 1당이 되면 현 정부를 상대로 'FTA 총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다수당이 되면 협상당사자인 정부를 상대로 재협상을 촉구하는 정치적 조치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과 협상권한은 대통령과 정부에 있기 때문에 다수당이 되더라도 직접적으로 '재협상'을 위한 입법 조치를 하긴 힘들지만, 정부에 파상적으로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대선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누가 대선주자가 되더라도 'FTA 재협상과 문제조항 폐기' 노선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 이명박 정부 이후 자동차 분야 재협상으로 인해 이익균형이 깨졌다"며 "대선에서 집권당이 되면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나쁜 FTA'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