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람은 그저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서 투표해야 한다.

한데, 정당들은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표 되는 쪽을 향해 많은 공약들을 한다.

미국 정치용어에 ‘포크배럴(porkbarrel·돼지고기 통)’이란 말이 있다.

정치적 배려에 따라 선심성으로 특정 지역에 예산 또는 이권, 관직 등을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남북전쟁이전, 통에 넣어 절인 돼지고기를 노예들에게 배급해 주던데서 유래한 말이다. 주민에게 ‘돼지고기 한접시 돌리는 정치’쯤 되는 셈이다.

요즘도 국민 세금으로 지출하는 연방예산에서 특정 지역 사업비를 타 내려는 의원을 겨냥해 언론이 이 용어로 비판한다.

한국에서도 ‘돼지고기 정치’에 여야가 따로없다. 어떻게든 자기 지역에 세금을 끌어다 쓰려는 몸부림이 ‘정치예산’을 만든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예산 따낸 공(功)을 자랑하고 홍보하다 다투기도 한다.

특정 지역에 감투를 여럿 보내 주는 것도 ‘돼지고기 정치’다 사실 우리는 손이 더 크다.

지역구정도가 아니라 농민,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 훨씬 넓은 범위에 정치적 목적으로 큰 돈을 뿌리는 사례도 많다. 이 쯤 되면 ‘소 잡아 잔치 벌이는 정치’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 따라 농산물 시장을 열게되자 당시 김영삼 정부는 농어촌 구조개선에 42조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김대중 정부도 45조원을 지원했다. 농지정리, 농기계보급, 전업농 전환 등 변화도 일부있었다.

그러나 농민은 소득보다 빚이 더 빨리 늘어 고생이 컸다. 국회에서 열린 우리당 조일현(강원 홍천-횡성)이 “(정치권이)표 되는 쪽으로 가다 보니까 42조원을 붓고도 농업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고 개탄한 대표였던것. 함에도 노무현 정부는 농업과 농촌에 10년간 119조원을 투융자하겠다고 한 것이 이명박 정부로도 이어졌다.

20여년간 200여조원을 쓴 경험이 약이 되지는 못한 것이다. 이번에는 ‘표 되는쪽’이 아니라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농촌 살리기 사업에 돈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돼지고기 돌리기’식으로는 안된다 한데 또 최근에는 표를 얻기 위한 무상급식·무상보육으로인해 나라가 어지럽다.

부상 때문에 다른 교육예산을 줄이거나 재정파탄을 감수해야 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는 선거에서 이길 표만 의식 복지 경쟁에 여념이 없다. 무상 시리즈의 폐해가 속출하는데도 이 나라 정치인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지금의 민주통합당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밀어붙일 때부터 예고된 것이다.

올해 서울시 초등학교와 중 1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만 2850억원이다. 교육현장은 벌써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무상의료까지 경쟁을 하는 판이고,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박준영 전남지사는 “정치권이 무책임하게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덜컥 통과시키는 바람에 지자체들이 다 거덜나게 생겼다”며 무차별 복지 표퓰리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사는 “가정마다 처지가 다른데 일괄적으로 무상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복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 더 필요한 건 일자리”라고 지적했다. 무상시리즈를 쏟아내고 있는 민주통합당소속인 박지사의 이런 고언은 무책임 포퓰리즘이 실제시행되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발단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가 기습통과시킨 0~2세 무상보육 전면 실시였다.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보육비 전액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의 이 제도는 내년부터 3~4세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무차별 무상보육이 발표되면서 지금 전국의 어린이집은 미어터지고 있다고 한다.

136여만명이나 밀려서인데, 내년에는 더 큰 혼란이 기다리고 있다.

여야 정당이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무상보육 및 양육수당 확대정책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올해보다 53%늘어난 9조 9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예산 부족속 무차별 복지가 진짜 저소득층 혜택을 앗아가는 ‘복지의역설’이 눈앞에 다가온것은 더 큰 문제다.

고운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