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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 생활은 단조롭단다. 나는 병아리를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 병아리들은 모두 똑같고 사람들도 모두 똑같아. 그래서 난 좀 심심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히 밝아질 거야. 다른 모든 발자국 소리와 구별되는 발자국 소리를 나는 알게 되겠지.

다른 발자국 소리들은 나를 땅 밑으로 기어 들어가게 만들 테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땅 밑 굴에서 나를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은 먹지 않아. 밀은 내겐 아무 소용도 없는 거야. 밀밭은 나에게 아무 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건 서글픈 일이지!

그런데 너는 금빛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거야. 밀은 금빛이니까 나에게 너를 생각나게 할거거든. 그럼 난 밀밭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야….”

여우는 입을 다물고 어린 왕자를 오래오래 쳐다보더니,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 줘!” 하고 말했다.

생텍쥐페리(Saint Exupery)가 쓴 ‘어린 왕자’라는 책에서 오랜 여정에 지친 어린 왕자와 여우가 만나 나누는 대화 중 일부이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동물을 길들인가는 것(조련), 지식을 길들인다는 것(일반화), 기능을 길들인다는 것(연마), 가치나 규범을 길들인다는 것(사회화)등 교육적으로 다양한 의미가 있다.

동물을 길들인다는 의미, 즉 조련은 길들임의 주체가 일방적이라는 데서 다른 것과는 구별된다. 스스로에 의해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길들여지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행복한 생활과는 무관하며 미래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길들임은 여우가 바라는 길들임은 결코 아니다.

여우가 말한 길들임은 스스로에 의해, 스스로를 위해 길들여지는 것을 의미한다. 길들임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길들여지는 자신이며 보다 행복하고 나은 생활을 위한 스스로의 선택이다. 그러므로 길들여짐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다. 여우가 바라는 길들임은 바로 이러한 유형의 것을 말하며 이것은 지식의 일반화, 기능의 연마, 가치나 규범의 사회화를 의미한다.

교육도 분명 길들임이다. 미성숙한 인간을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지식이나 기능, 가치, 태도를 그 사회에 알맞게 길들인다. 그리고 그 길들임에는 개인의 자아 실현과 행복한 생활이라는 궁극적 목적이 내재되어 있다.

길들임에도 원칙과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먼저, 길들여지는 자신이 길들임의 목적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을 위해 길들여지고 있는가?’, ‘길들여졌을 때 효과는 무엇이고 어떤 시너지가 있을까?’, ‘길들여지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인지할 때 길들여지는 자아는 보다 적극성을 갖고 성실하며 창의적이고 긍정적이게 된다.

알고 가는 길이 가깝게 느껴지고 처음 가본 길이 멀게 느껴지는 것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는 길은 그 끝이 어디쯤인지 알고 어디로 또 어떻게 가야 현명한지 알고 있기에 그 길을 가는 것이 오히려 쉽고 즐겁다. 그러나 전혀 모르는 길을 갈 때의 두려움과 허덕임은 그 길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된 것이다. 이는 마치 길들여지는 목적과 내용, 방법을 알지 못하고 길들여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길들여져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구가 없어졌을 때 대용품을 주지 말고 없어진 것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게 할 때 훨씬 도구의 필요성과 대체 도구의 개발, 보다 나은 새로운 도구에 대한 기발한 착상 등의 사고가 활성화 될 수 있다. 즉, 스스로의 필요에 의한 길들임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생활에서 무엇인가의 필요를 느낄 때, 지식에 대한 일반화가 절실히 필요할 때, 기능 연마의 염원, 가치나 태도의 사회화에 대한 의지가 강할수록 길들임의 효과는 커지게 된다. 만약 여우가 그의 의지와 필요에 의해서 길들여졌다면 그 여우는 분명 여우 사회에서 성공한 사례가 될 것이며 선각자 또는 대장 여우가 될 것이다.

길들임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 누군가 ‘너는 이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든지, 혹은 ‘너는 이것을 잘한다’며 칭찬을 하는 것 등은 그것이 아무리 자신에게 듣기 좋거나 싫은 말일지라도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스스로 길들임에 대한 냉철하고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반성과 다짐만이 의미 있고 강력한 피드백이 일어나게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얻어진 성취의 희열보다 더 큰 기쁨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왕자와 같은 교사와 부모는 여우같은 학생과 자식을 길들임에 있어 주체가 아니며, 길들임의 대상 자체가 주체임을 인식할 때 길들임의 효과는 커진다. 그러므로 길들이기 전에 길들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설득, 길들임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협의, 길들임에 대한 평가의 공동 참여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미래 사회의 주인공을 키우는데 가장 바람직한 길들임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