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지난 반세기 동안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우리 사회는 고도로 성장해 왔으며 그 원동력이 교육이었음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이러한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오히려 열악해졌다는 비판도 팽배하다. 이제 더 이상 학교는 사회를 리드할 수 있는 여력도 없는 듯 하다.

사실 아무리 부인하려고 애써도 지금 우리는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 허물어져 가는 공동체의 병리적 시련을 겪고 있음이 사실이다. 이런 때 일수록 우리에게 가장 소망스러운 것은 굳은 신념과 각오이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 봉사하는 정신에 있다.

새삼스러운 말은 아니지만 역사를 개척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주역은 국민들 자신이며, 이러한 국민들에게 번영과 창조의 굳은 의지와 힘을 주는 일은 교육자의 사명이며 책무이다. 우리나라가 그 동안 어려운 역경과 시련 속에서 이를 능히 극복하고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교육자의 꾸준한 노력과 저력 때문이었다는 것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교육 불신 및 교육 무능의 분위기가 팽배한 사회일지라도 교육자는 언제나 교육을 통하여 사회를 보다 이상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원대한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 본질을 찾아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하며 교육 개혁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하나하나 찾아 조금씩 바꾸어 주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게 된다.

결국, 학생들은 인간과 자연을 배우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면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합목적적 전인(全人)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다양화되고 특성화된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설의 정비와 인력 및 재정 확보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원의 자질과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의 성패는 교사에게 달려 있으며, 교사의 역할이 학교 교육 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교육 개혁은 새 학교 문화 창조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일선 교원들의 전문성, 자율성, 책무성의 신장에 우선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우선 실추된 교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교육자는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자기의 전문적 소양을 키워야 한다.

이제는 학생 지도만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위한 전문성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신적인 풍요를 위한 전문성이 형성되어야 한다. 가일층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는 전문성을 가지고 학생을 지도하고 교육 활동에 임할 때만이 우리의 교사상은 올바르게 정립되며 그토록 찾고자 열망하던 교권이 확립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교사의 전문성은 학생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키우는 교육비전이 될 수 있으며, 교육에 대한 믿음을 던져줄 수 있는 교육의 주체자로서 영원한 스승으로 존경 받을 수 있게 된다.

20여평의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교사의 자율적인 교육 행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교사에게 자율성은 자신의 교육 역량을 최대로 발휘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며 창의적인 인간 육성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그 자체이다.

만약 교사에게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이보그 교사가 단일 규격에 의한 학생을 교육하며 거의 통제된 인격체를 육성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율성은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보장되어져야 하며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자율성만을 고집하며 그것만을 보장하는 것이 미래비전의 교육이라고는 할 수 없 다. 그것은 교육이 교사의 능력 발휘와 교권보호의 차원이 아닌 한 개인의 잠재능력을 키우는 활동이며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국가와 사회 발전의 모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사에게 자율성에 따른 책무성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사의 책무성은 교육에 대한 책임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학생을 위한 보증이고 국가와 사회에 헌신과 봉사를 위한 증표라고 할 수 있다.

전문성이 국가나 사회,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것이라면 자율성은 그들이 교사에게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고 책무성은 교사가 그들에게 그 자신의 교육적 행위로 보여 주어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문성과 자율성, 책무성은 서로 연결 고리를 형성하며 함께 가야할 동반자적인 성격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의 위기 상황에서 제일 먼저 대두된 것은 교사의 전문성과 책무성이었으며 교사는 그들에게 미약하게나마 주어졌거나 주어지지 않았던 자율성을 원하며 교육 붕괴의 현실을 한탄하였다. 교육의 국가, 사회,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자명하듯이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 책무성도 교육위기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권장되고 보장되어야 할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따라서 교사는 교육과정 개발, 수업 활동, 평가 활동과 학습 과제등의 가르치는 능력과 업무수행 능력뿐 아니라, 사회의 변화와 혁신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갖고 있어야 하며, 지역 사회와의 협력적 관계성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갖고 있어야 하고, 전반적인 ‘교육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선생님다운 언행으로 학생들을 친절과 열정으로 열심히 가르쳐야 하며,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습활동을 위해 늘 교재연구와 연수, 연찬에 힘쓰는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과 성심은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보람 있게 근무하는 마음가짐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교사들의 긍정적인 자세는 나의 위치와 내가 하여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인지한 후, 적극적이며 창의적인 자세를 갖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게 한다.

이러한 교육자로서의 사명의식이 투철한 학교생활은 자신의 발전과 자아 성취를 가져올 것이며, 이를 통해 위에서 언급한 교사의 전문성, 자율성, 책무성이 확보될 수 있다. 또한 교육의 발전은 교사뿐 아니라, 국가, 사회, 학생, 학부모의 긍정적인 교육관에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