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세계 각국의 문화는 다 다르다.

성 문화에서 이발소 문화까지 다른데 태국 방콕의 이발소는 간접조명에 스테레오 음향효과를 곁들이는 데다가 남자 손님에게 매니큐어 칠까지 해준다.

욕조시설까지 돼 있고-. 미용원이 남자 손님을 끌어간 데 대한 대응책이라 들었다. 미국에도 전통적인 이발소 말고 헤어스타일리스트 또는 유니섹스 뷰티살롱으로 불리어지는 남성 출입 미용실이 많다. 퍼머에 미안술, 수염 손질 등 풀코스를 하고 팁을 얹으면 100불이 넘는다.

여느 이발소에 가면 30불 내면 거스름이 돌아오는데-. 80년대 우리나라 이발소에서도 미용원에 손님을 빼앗긴다 하여 당국에 진정을 했고 이에 당국에서는 미용원에서 남자 손님을 받지 못하도록 하자, 미용원측에서 법적 근거가 없음을 들고 일어나 당국은 방관했다.

지금은 남자 미용사가 많이 배출되어 남녀를 불문하고 미용원을 찾고 있지만 남성, 여성의 성격·행동 측면에서 남성의 남성다움을 측정한 계수치(計數値)를 남성도(男性度)라 하고 여성의 그것을 여성도(女性度)라 한다.

요즈음 젊은 세대는 ‘성격’에서 남성이 여성화하고 있고 ‘행동’에서 여성이 남성화하고 있어 남성도와 여성도의 한계가 흐려지고 중성도가 강해지고 있다.

머리모양이나 화장 등 치장, 옷차림에서 남녀구별이 어렵게 된 세태가 바로 그것이다. 심한 유니섹스 성향으로 미국에서는 심심찮게 여자가 다리털을 기르고 턱수염을 기르기도 한다. 한데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두고 “생식기만 여성이지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한 건 없다”는 황상민 연세대 교수의 발언이 논란이다. 발언의 저질스러움은 논외로 해도 결혼과 양육을 안해본 여성은 여성성이 없다거나 여성 대통령 후보로 자임할 수 없다는 논리도 저열하다.

역대 남성 후보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도 없거니와 발언자가 세칭 일류대 교수라니 부끄럽다. 그러면서 비구니나 수녀가 있는 종교를 믿는 신도들 모습이 생각난다. 20세기를 지나면서 정보통신 발달과 글로벌 경제통합으로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여성 인력의 활용은 피할 수 없는 추세기 때문이다.

2009년 미국에서는 일자리의 절반을 여성이 차지했다. 1950년대 미국 남자들 중 5%가 무직이었지만 지금은 20%가 무직이다. OECD 34개국 중 27개국에서 여성 대졸자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

독일은 대처 전 총리도 있지만, 현 메르켈 총리, 남미의 여러 여성 총리를 보더라도 정치지도자를 성별로 구분하는 사고는 시대착오적이다. 디지털시대에는 여성이 특유의 섬세함과 조화력 등의 자질 때문에 남성보다 사회적 역량을 더 발휘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그러나 한국은 양성평등에 관한 한 동아시아권에서도 일본과 꼴찌를 다투는 처지다.

사회 일각에선 과거 여성이 하던 일자리를 남성이 하고 특히 남성이 들어가지도 못했던 미용실에서 이젠 남성이 여성의 머리를 손질해주고 화장까지 해주는 마당에,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 비율(52%), 국회의원 수(14.7%), 기업 이사회 내 여성비율(1%) 등 각종 지표에서 최하위권이다.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63.5%이고,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여성임원 비율도 1.36%, 0.28%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남녀불문하고 대선후보 3인의 여성정책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실천 의지도 박약해 보인다.

박근혜 후보는 ‘정부 고위직종 여성 비중을 40% 이상’으로,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확대’ 외에 구체적 공약이 없다. 안철수 후보는 그마저도 없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여성 장관 비중을 40%까지 늘렸다. 미첼레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은 전국에 3,500개의 보육시설을 설치해 여성들을 양육에서 해방시킴으로써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정치권이나 정치공학자들은 여성성 운운할 시간이 있으면 여성을 제대로 활용해 국력을 키울 정책 개발에 주력하라.

고운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