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우리는 흔히 깨끗하고 좋은 새 지폐를 지갑 깊숙이 간직하고, 낡고 닳은 헌 돈은 물건을 살 때 지불함으로써 시중에 유통시키곤 한다.

이런 현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것은 소중히 간직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를 나타내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인간심리에 의해 보여지는 경제현상은 16세기경 영국인의 상인이자 은행가인 그레샴(Gresham, SirThomas)이 처음으로 언급하게 되었다.

1858년 매클라우드(Macleod)가 그의 저서 “The Elements of Political Economy”에서 이를 “그레샴의 법칙”이라 불렀다. 그레샴의 법칙이란 한 마디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라는 통화의 유통원칙이다.

즉, 그 명칭에 있어서는 동일한 가치를 지니지만 내실적으로는 동일한 가치를 지니지 않는 2종류의 주화가 1국내에서 유통하고 있을 때, 가장 적은 가치의 주화만이 유통되고 나머지는 퇴장(退藏)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위에서 언급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우리의 교육사회에도 적용되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즉 공교육과 사교육(과외교육)으로 대별되는 교육현실에서 이들 교육이 악화와 양화가 되어 서로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 및 관계 그리고 향후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공교육과 사교육은 서로에게 구축의 대상이 아니라 상호 공존하여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즉 공교육은 공교육이 행해야할 막중한 역할이 있으며, 사교육 또한 공교육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공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권리와 의무를 평등의 원칙에 의해 시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업, 성별, 빈부, 귀천 등의 차이 없이 모든 국민이 똑같은 교육의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평등의 원칙에 입각한 공교육을 충실히 수행하여 왔다.

또한 사교육의 기본적인 역할은 공교육인 평등교육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다. 즉 공교육에서 하기 어려운 개인의 특기, 적성, 교육의 강화, 부족한 과목의 보충을 사교육이 담당함으로써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이런 상호작용에 의해 완숙을 가져오는 공교육과 사교육이 서로에게 적대적 관계가 된 것은 공교육과 사교육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에서 비롯되었지 않나 생각해본다.

겉으로는 평등을 원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자기의 자녀가 우대받기를 바라며, 공평하게 적용되는 공교육에는 지원을 꺼리며 평등만 주장하고, 특별한 대우(일류대학 합격 등)를 받기 위한 사교육에는 사재를 털어서라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정부 또한 공교육의 강화를 통한 사교육 끌어안기에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평등의 원칙 유지에만 노력해온 점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즈음 표면상으로는 잠잠했던 공교육의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제 우리 국민 모두는 자기 자녀만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벗어나 모든 자녀들이 교육적 수혜를 공유할 수 있도록 공교육 지원에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강제적 평등보다는 국민의 화합과 합심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공교육 기관의 설립과 투자의 강화로 공교육의 사교육 끌어안기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