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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문제가 나왔을 때 대학에 진학해야 할 자식을 둔 학부모 입장에서야 등록금 부담을 줄여준다니 마다할 이유는 없다. 대학생들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나서 반값 등록금 촉구했었다. 그러나 아직 반값 등록금은 요원한 상태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1996년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허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 후 1992년 140개였던 4년제 대학이 252개, 전문대 169개까지 합치면 모두 421개로 늘었다. 학생 수는 1995년 188만명에서 두 배인 372만명이 됐다. 4년제 비(非) 수도권 대학 126곳 가운데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절반이 넘고 있다. 부실 대학을 줄이거나 학생수를 대폭 줄여야 할 것이다.

대학 진학의 문이 좁으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고 학업 의욕이 낮은 고교졸업생들의 대학진학 가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부실 대학 및 재단의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 정부로서도 구조조정의 명분을 얻지 않았는가.

차제에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2015년부터는 대학 신입생 수도 급격히 줄어들어 정원 미달 학교와 학과의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될 수밖에 없다.

망국적인 교육열과 맹목적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1년에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면서도 굳이 대학을 보내려는 배경에는 고졸 출신과 대졸 출신 간 사회적인 대우가 크기 때문이다.

반값 대학 등록금이라는 표풀리즘적인 접근보다 고졸과 대졸 취업자들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정부가 앞장서 해야 할 일이다. 60년대 나라 전체가 어려워 고등학교나 대학을 나왔다는 것은 큰 부잣집만 다닐 수 있었다.

당시 공부는 하고 싶으나 경제적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검정고시를 치르거나 야간 고등학교를 다녔다. 검정고시나 야간고, 야간대는 가난에 무릎 꿇지 않고 악착같이 일어서던 젊음들의 돌파구였다.

배고픔을 다시 겪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낮엔 일하고 밤엔 졸린 눈 부릅뜨고 공부하여 입신한 인사들도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가족 돌보느라 ''공순이' '라는 손가락질을 이겨내고, 온갖 궂은 일 마다하지 않았다. 못 배운 한(恨)의 시대가 바로 얼마 전 일이다.

과잉 학력을 갖춘 청년들이 그에 걸맞은 직업을 찾지 못하는 ‘수요 공급 불일치’가 청년실업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게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스펙’만 강조하는 노동시장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

우리의 청년실업률은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지만 직장이 없는데 학업, 직업교육에도 참여하지 않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교육 및 직업훈련 제도를 개혁하고 남녀 간 고용 불평등과 출산 여성 등 노동시장 전반의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

고학력자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이 큰 문제이며, 그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다 보니 구직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다. 업무와 관련이 없는 영어, 필기시험을 보게 하면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다.

실무능력에 기반을 둔 인재선발 제도로 바꿔야 한다. 물론 ''개천에서 용 난다' 얘기는 줄어들었다. 요즘에는 집안 형편이 좋고 부모 학력이 높은 집안에서 좋은 대학에 간다. 한 일류대 특정학과에는 신입생의 절반가량이 서울 강남지역 출신이다.

현실에서 살다 보면 학벌이 작용할 때도 있지만 삶의 성패와는 무관하다. 그로 인해 삶이 마이너리그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한때의 1등이 그 뒤의 삶까지 1등이 되는 경우를 별로 본 적이 없다.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반값 등록금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 입학생수를 줄여 정부에서 등록금을 보조해주고,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할 수 있도록 야간대학을 만들어 청년 일자리도 만들고, 대학의 질도 올리고, 등록금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다.

姜元求 <행정학박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