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남이 나를 보기에 몸이 크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허약한 체질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철봉을 잡고 턱걸이 하나 제대로 못하였고, 달리기 시합을 하면 항상 꼴등이었다. 모든 음식을 맛있게 많이 잘 먹었지만, 쉽게 배가 꺼지기 때문에 항상 배고팠다.

그러나 비린내 나는 음식은 잘 먹지 못하였고,어쩌다 비린 것을 먹게 되면 속이 너무 뒤집힐 것 같았으며, 그 때 커피 한잔을 마시게 되면 가라앉았다. 왜 커피를 마시면 가라앉는 줄을 몰랐는데, 중국 서적을 읽으면서, ‘비위(脾胃)가 나쁜 사람은 단 것을 먹으면 좋다’ 는 글이 있어 알 수 있었다.

초겨울이 되면 항상 따라 다니는 것이 비염(鼻炎)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고통을 잘 모른다. 조금만 추우면 비염으로 코가 막혀 감기 기운이 몸속으로 파고들어 겨울 내내 힘겹게 살아간다. 비염 치료를 위해 좋다는 곳을 마다 않고 찾아 다녔으며, 이비인후과에서 레이저 수술도 수차례 받았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이비인후과 원장은 수술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워낙 답답하여 다른 곳에서 수술을 하였는데, 너무 코를 뚫어버린 관계로 조금만 온도가 내려가면 콧물이 줄줄 흘러 내린다.

또한 건성 피부이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온 몸이 가렵다. 겨울이라 내의를 입어야 하는데 내의를 입으면 더욱 가렵고, 내의를 벗으면 추워 비염으로 고생이다. 매년 봄이 되면 기운이 없고 식욕이 왕성하여 많이 먹어도 힘이 없는 것이 보통이라 한약을 한 번씩 먹는다.

그런데 2011년부터 몸이 더욱 피곤하고, 소화가 너무나 잘 되었다. 늘 찾아다닌 내과 원장에게 너무 소화가 잘 된다고 말하면, “아주 좋은 일입니다”라고만 대답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면 역시 “소화기능이 좋아 좋겠습니다” 고 말하였다.

그렇게 얼마를 지내다 보니, 이가 아프기 시작하여 치과병원에 다니고 나면, 눈이 아프기 시작하여 안과병원에 찾아 다녔다. 또 얼마를 지내다 주차를 하면서 벽을 받기도 하고, 남의 자동차 뒤를 받아 변상을 해 주기도 하였는데, 달팽이관이 이상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니 귀가 안 들리고, 귓속에서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종의 ‘이명(耳鳴)’이라는 것이었다. 전남대 병원에 가서 며칠간 다니니 좋아졌다. 친구가 말하길 “귀가 들리지 않을 때 장애인 등록을 하면 좋다”라는 말도 하였다.

12월 금요일부터 몸에 감기 기운 같이 아팠으나 참고 견디고, 토요일도 참고 견뎠다. 일요일은 의원이 쉬기 때문에 끙끙 앓으면서 참고 견디었다. 월요일 이비인후과에 가서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면서 주사를 맞고 집에 와서 쉬었다.

그러나 몸은 계속 아팠다. 화요일 아침 피부과에 들리니 원장께서 “이건 대상포진인데요”, 내가 “대상포진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자 띠를 형성하여 발진하여 아프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상포진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나는 대상포진(帶狀疱疹)을 그제야 겨우 알게 되었다.

진통제를 먹었지만, 너무나 아파 약사에게 물어 보았다. “진통제를 넣지 않은가요?” 그러자 “넣지요” 다시 “그러면 왜 이렇게 아픕니까?”라고 물어보자 “진통제를 먹어도 그 정도인데, 만일 먹지 않는다면 정말 힘듭니다” 라는 말을 하였다.

아픈 것을 보자, 여러 사람들이 좋다고 알려준 데로 한의원, 피부과의원, 종합병원 등을 돌아다녔으나, 빨리 낳지 않고 고생을 하고야 말았다. 거의 6개월 이상은 못 견딜 정도로 아팠다. 그러나 많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몸이 힘이 없어 왜 그런가를 알 수 없었다.

아내가 어디서 듣고 왔던지, 갑상선일지 모른다고 하여 조사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내과의원에서 조사해보니 갑상선 중에서 기능항진증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니면서 물어봐도 “소화 잘 되면 좋지요” 라고 대답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기독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시 해보니 기능항진증이 맞다는 것이다. 한 달간 약을 먹으면 좋아지지만, 2년간은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갑상선은 여자 9명이면 남자 1명 정도인데, 남자가 걸리면 힘들다는 것이었다.

약을 한달이 다 되도록 먹었으나, 몸은 더욱 피로하고, 살이 쑥쑥 빠지기 시작하였다. 한 달 만에 찾아가니 부작용이라고 하였다. 1천명에 2명 정도 발생하는 부작용이라는 것이었다. 이제는 방사능요오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9월 5일 조그만 양의 방사능 액체를 마시고, 한 달 후 10월 12일 북경공항에 도착하였다. 검사대를 막 통과하는데 ‘빵’하는 소리가 터지자, 검역원들이 부리나케 달려와 나를 다시 들어오도록 하였는데, 또 다시 ‘빵’ 소리가 났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기에 내가 무슨 마약을 들고 온 것처럼 보여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1시간여 동안 조사하면서 방사능이 몸에 많이 나오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달 전에 치료했다고 하니까, 치료증명서를 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갑상선(甲狀腺) 등 한자를 쓰면서 말하자, 글씨를 참으로 잘 쓴다면서 호텔과 연락처만 적고 겨우 입국할 수 있었다.

북경(北京)공항은 한 달 전에 마셨던 방사능도 나타나는데, 우리나라 공항에 들어왔을 때 전혀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고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방사능 관리에 소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사능 약을 먹고 난 후 기능항진증에서 기능저하증으로 떨어진 후 다시 정상으로 올려야 되는데, 5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기능저하증으로 떨어졌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는 약을 계속 먹고 있지만, 아직도 났지 않고 있다. 인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순서로 가는 것인데, 생(生)에서 노(老)까지는 오랜 세월이 흐르지만, 노(老)에서 병(病)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빠른 것 같다. 사람은 죽음이란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아픈 고통을 겪고 나니 죽음도 두렵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점점 소외되어가고, 힘이 없어지고, 경제력도 줄어들고 보니, 내가 갈 곳이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 어느 산속 깊숙이 절에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세상에 태어나 뜻 있는 일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세상과 멀어져야 하는 생각을 하면 아쉬움만 남기고 가는 것 같다.

姜元求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