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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의 춘추 시대에 초나라의 장왕은 송나라를 점령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나섰다. 도중에 한 성을 포위하고 강력하게 공격하였지만 성안의 백성들이 혼연 일체로 저항하였으므로 쉽게 함락하지 못하였다.

마침내 전쟁이 지구전의 양상으로 전개되어 원정군인 초나라는 군량이 부족하게 되었다. 이에 장왕은 자반을 사자로 보내 성안의 사정을 알아오게 하였다.

성안에 사자로 들어간 자반은 성을 지키는 화원 장군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놀랍게도 화원은 성안의 어려운 사정을 숨김없이 자반에게 털어놓았다. 배고픔에 풀뿌리를 캐먹는 백성의 모습, 우물이 모두 말라간다는 등등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것들을 숨김없이 터놓은 것이다.

이에 놀란 자반은 화원에게 어찌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지 묻자 화원의 대답이 재미있다.

“일찍이 당신의 명성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적군의 사자라고 하지라도 상대가 군자일진데 어찌 뻔한 사실을 숨길 수 있겠습니까?” 이 말에 감동한 자반은 초나라 군대의 어려운 사정을 낱낱이 이야기해 주었다.

장왕은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자반으로부터 이와 같은 내용을 모두 전해 듣고 기밀을 누설한 자반에게 격노하였다. 그러자 자반은 정중하게 읍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겨봤자 별 도움이 안 되는 작은 송나라의 장군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어찌 초나라 같이 큰 나라의 장군인 제가 거짓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장왕은 느낀 바가 있어 군사를 돌려 고국으로 돌아갔다.

‘진실은 통한다’라는 말이 있다. 화원이 현실적으로 대두된 어려운 점을 숨기고 자반에게 거짓을 말했다면 자반이 그것을 믿을 리 없고 결코 군사를 돌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반대로 자반이 화원에게 거짓을 말했더라도 화원은 결코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은 바로 진실에서 시작되고 언제나 진실 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교육 행정가, 학생과 학부모, 학생과 교육 행정가, 학부모와 교육 행정가 모두 진실로 대한다면 교육계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학교 붕괴 현상도 한낮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우수 학교 경영 사례의 대부분은 진실과 믿음을 근간으로 한 것이다. 학교장의 진실된 학교 경영은 교직원에게 안정과 조화로운 분위기를 제공하게 되고 그들의 교육적인 노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으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믿음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게 된다.

학생과 학부모가 그들의 선생님을 믿고 따르고 교직원이 교장과 교감의 리더쉽을 믿고 따른다면 그 학교가 우수하지 않은 까닭이 전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의 난점이나 약점을 숨기기에 급급하며 가식을 진실처럼 포장하여 이야기한다. 학교 문제는 진실의 왜곡에서 오는 오해에서 비롯되고 있다.

교사가 가식적인 학교 경영자를 믿지 못하는 데 경영자의 리더쉽이 제대로 발휘 될 수 있을까? 자신에게 처한 어려움이나 약점을 숨기고 왜곡하는 가운데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며 오해와 불신이 팽배한 곳에서 믿음을 전제로 한 교육 풍토는 결코 조성 될 수 없다.

학교의 경영자나 교사는 자반과 화원의 일화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가슴깊이 간직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가식이 아니며, 가식은 교육자의 권위와 리더쉽을 실추시키는 것이므로 교육자는 반드시 진실해야만 한다. 진실과 믿음의 교육, 이것은 우리가 소원하고 어쩌면 당연히 이루어야할 우리 교육의 풍토가 되어야 한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