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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가 그 나무 아래에서 도를 깨우쳤다는 보리수에는 족보가 있다.

바로 성도(成道) 보리수의 혈맥(血脈)을 이어받은 보리수는 현재 온 세계를 통틀어 단 세 그루밖에 없다고 한다.

인도 부다가야에 있던 그 성도 보리수는 이교도들이 잘라 없애고 그 뿌리에 독즙(毒汁)을 부어 절멸시켜 버렸던 것이다.

성도 보리수는 이렇게 없어졌지만 없어지기 이전에 불교를 부흥시킨 아쇼카왕(기원전 3세기)의 왕녀가 스리랑카에 시집갈 때 분양해가서 심은 ‘아누라 다프라의 보리수’가 그 혈맥을 근근이 이어내렸던 것이다.

18세기에 부다가야의 성도를 복원할 때 이 혈맥을 이은 스리랑카의 보리수를 분양, 옮겨다 심었으며, 지금 성도의 현장에 우거져 있는 보리수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그루말고 또 한 그루의 순종 보리수가 하와이에 있다.

19세기 말 망해가는 하와이 카나카 왕국의 왕족인 포스터 부인이 불교에 귀의, 일부러 스리랑카까지 가서 성도 보리수의 순혈을 이어받은 나무가지를 분양, 옮겨다 심은 것이다.

한데 한국은 1985 초파일을 기해서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 간직돼 있던 석가모니의 진신사리 한 닢이 여의도광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었다.

40년 전 봉은사 주지가 스리랑카의 캐리니아 사원에 갔을 때 그곳에서 수천 년간 모셔져 왔던 세 닢의 사리 가운데 얻어온 한 닢이라고 한다.

기록에 보면 인도 쿠시나가라에서 열반한 석가모니는 다비(화장)를 했고, 유골과 사리를 인근 8개 종족들이 서로 가지려 해 전운이 감도는 바람에 평등하게 나눠가졌다.

1898년 네팔과 인도의 국경지역인 피프라와에서 한 고 고분의 발굴 도중 팔등분(八等分)했던 것으로 보이는 석가모니의 유골단지가 발견됐었다.

그 단지에는 석가 생존시대의 글씨로 “석가족 불세존(佛世尊)의 유골단지로 명예로운 형제자매 및 처자들이 받들어 모시는 바이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면 팔등분된 다른 한 일등분의 유골이 불심(佛心)이 남달랐던 스리랑카에 건너가 3천년 됐다는 그 사원에 모셔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한국에 들어온 스리랑카의 불사리(佛舍利)는 40년 전이 처음이 아니다. 1913년 스리랑카의 고승(高僧) 달마바라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불사리 한 닢을 금강산 유점사 주지에게 주고 갔었다. 이 불사리를 봉안하는 날 수십만 불자들이 팔도에서 모이는 대단한 경축무드였다 한다.

역사를 보다 멀리 소급해 오르면 신라 진흥왕 16년(549) 이래 중국사신이나 우리나라 사신, 그리고 유학승이 오가면서 모시고 있는 절이 월정사, 정엄사, 광덕사, 건봉사, 법주사, 화엄사, 보현사, 용연사, 동화사, 통도사 등 10여 군데에 이르고 있다.

그중 가장 기록이 상세한 것이 통도사의 금강계단에 모셔진 사리다.

선덕여왕 12년(643)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가서 모셔온 것으로 불사리 4닢, 2촌 길이의 불아 한개, 2~3촌 남짓한 손가락뼈 10개, 그리고 머리뼈 네 조각을 이 계단에 모셨다 했다.

이 한국에서 모시고 있는 많은 불사리나 불골이 모두 진신인가의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북한에 있는 보현사 불사리탑 명(銘)에 보면 ‘사리토야’, 곧 사리가 흙처럼 생겼다 했는바 그 일부는 석존을 화장했던 다비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순례자에 따르면 직경 15미터의 토탑(土塔)이 무너진 채 남아 있었는데, 순례자들이 다비처의 성스러운 흙이라고 마구 파가는 바람에 이 꼴이 됐다했다.

아무튼 오늘이 석가탄신일이다. 경건하게 보내기 바란다.

고운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