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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국정비전 5개에서 셋째 항에 ‘창의 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을 구현한다’고 했고 학생들이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키우고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로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런 소리가 언젠가 항시 들었던 소리인 것 같고 국민들에게 특히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감동이 없다. 교육은 정말 광범위하고 한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군다나 교육은 누구에게든 나름대로의 전문성이나 식견이 있다. 다만 방법이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다’라고 명쾌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을 중심으로 평생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한 나의 생각으로는 교육은 시대나 환경이나 여건에 변화하더라도 원론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정부가 바뀌고 장관이 바뀌고 하지만 인간본성은 그대로이고 그 본성의 계발은 그대로인데 계발을 맡는 교육이 원론대로 가야한다 라는 생각이다. 그때그때의 국정철학과 시대추이에 따라 방법이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이다.

기업에서 사람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 바, 한결같이 품성 좋은 졸업생을 보내달라고 하지, 기술 좋은 사람 우선 보내 달라지는 않는다. 그 보다 우선하는 것은 건강검진이다. 다시 말하면 일터가 있는 기업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근간이다.

그 기업에서 우선하는 순위는 건강한 직원이고 품성이 좋은 인간이고 기술은 마지막 요구하는 것이다. 얼른 생각할 때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폴리텍대학 같은 데는 기술만 강조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기업의 니드에 맞춰 인문소양을 엄청 강조하고 있다.

우리들 생활에서도 인생의 결산이나 성공의 종착을 건강에 두고 있다. 우량기업 일수록 졸업생들에게 요구는 건강한 신체와 품성을 요구한다. 요즈음 건강검진의 결과를 보면 젊은이들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많다.

자격을 다 따놓고 본인도 모르게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입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젊어서부터 건강이 나쁘면 개인불행도 되고 국가의 장래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어려서부터 교육의 3대 목표를 지·덕·체의 3대 순서로 알아왔다. 그럴듯했고 그래야만 했다. 교육을 중심하는 세월을 보내면서 아무래도 3개 목표가 이상하다 싶었다.

우연히 그게 아니다라는 걸 알았다. 지금부터 350년 전 영국의 유명한 계몽주의 철학자이자 고전적 자유주의자인 죤 로크는 과학과 의학에도 능통했던 그는 자녀교육에 관한 충고의 글을 썼는데 그게 죤 로크의 유명한 ‘교육론’이 된 것이다.

영국의 원래 주민이었던 브리타니아의 만족(蠻族)은 유럽의 여러 민족보다 우수한 점이 없었다. 그러나 자질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영국이 어느 때부터인가 유럽 일등의 나라와 민족으로 컸다. 이것은 긴 세월을 통해 반복되는 교육의 실천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로크 한 사람의 공이 아니라 영국의 교육이념이 올바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교육의 목적이 분명했다 할 수 있다. 목적 없는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다. 영국 교육의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이들이 심신의 건강과 신사의 덕성과 지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인데, 이 중에서 로크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신체의 건강이었고 그 다음이 덕성의 함양이고, 지성의 향상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다.

나의 오랜 교육경험으로 봐도 이 순서는 맞다. 로크는 추위와 더위에서도 같은 옷을 입고 다닐 수 있도록 습관을 길러야 한다든가, 사소한 병에 약을 쓰지 말라든가, 찬물에 발을 씻는다 등 건강유지를 제일로 역설하고 있다.

다음의 덕성 함양은 어렸을 때 좋은 습관·습성은 무조건 익혀서 내 것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세 번째 학습에는 구체적 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하면서도 이것이 건강과 덕성에 비하면 지엽적인 중요성 밖에 없다.

지식을 중요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천박한 지식보다는 건강과 품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동감한다. 교육의 목표는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 이어야 한다.

해방이후 우리의 교육목표는 건강과 품성이 급했던 게 아니라 우선 학습증진이나 써먹는 지식이 급했던 것이다. 우리의 전통이었던 군자(君子)를 우선하는 사상도 한몫했다고 본다. 새로운 정부에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내놓기 보다는 인간의 본질과 본성에 맞는 교육원칙을 지키겠다는 교육지표를 내놓는다면 오히려 국민감동이 올 것으로 본다.

교육의 좌표가 그때그때 흔들려서는 안 된다. 체력과 건강을 우선하는 교육이야말로 복지국가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살아있는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믿는다. 교육은 정직해야 한다.

탁인석<한국폴리텍대학순천캠퍼스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