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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베짱이’이야기에서 개미는 부지런하고, 베짱이는 게으른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베짱이는 여름 내내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노래만 부르는 곤충으로 묘사되어 왔다. 그래서 교사들은 게으른 학생들을 ‘베짱이 같은 학생’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베짱이가 쉬지 않고 계속 노래를 하는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 보지는 못했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기 보존능력이 있다. 베짱이가 열심히 노래하는 진정한 이유는 여름이 가기 전에 여러 암컷들에게 잘 보여 더 많은 자손을 퍼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르느라 자신의 위치가 포식동물들에게 알려지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나무 그늘에 숨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교사들은 베짱이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기보다는 게으른 존재로 치부하고, 개미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근면하게 생활할 것을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은 가정에서 사랑과 행복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등교하며, 교사의 눈치와 다른 동료들의 멸시를 받기도 한다. 또 어떤 학생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열의를 가지고 학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학습하는 방법을 몰라서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가정에서 학습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또한 학습준비물도 갖추지 못한 채 등교한다. 다른 친구들과 재미있게 공부하고 싶어도 학습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자신을 도와주거나 끼어주려 하지 않는다.

언뜻 보기에 교실에서 이런 학생들은 베짱이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학교 교실에서 학습활동과 관련성이 부족하거나 전혀 관계가 없을지라도 뭔가를 열심히 하려는 학생에게 그 학생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교사의 자세가 필요하다.

즉 베짱이의 진실을 아는 것처럼 학생의 의식을 공유하고 이해하려는 교사의 자세는 아이들에게 신바람 나는 학습 여건을 만들어 준다고 본다.

모든 학생들이 개미처럼 되어 주기를 바라는 교사는 진정 개미의 모습을 잘 모르는 편협한 교육자일 수 있다. 개미들이 군락을 지워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부지런한 듯 보이지만 한 마리 한 마리를 놓고 보면 결코 부지런한 것이 아니다.

물론 종에 따라 다르고 군락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어느 군락이건 일하는 개미들은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에 비해 두 배는 족히 되는 개미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일하는 개미들을 보기만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활동을 보면 참으로 재미있다. 분단이나 소집단을 조성할 때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 중간 정도의 수준의 학생들을 고루 배치한다. 서로 돕는 분위기 속세서 학습활동을 장려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하지만 가르쳐주고, 배우려는 협력적 소집단도 있는 반면에 참여가 부족하고 방임적인 모습을 보이는 소집단도 나타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 중심으로 소집단을 형성할 때는 평상시 잘하던 학생들이 조별 활동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여 자기능력발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에 학습활동에 소극적인 사람이 소극적인 학생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적극적으로 학습활동에 참여하고, 자기 주도적인 모습을 보인 경우도 많다.

이런 면을 볼 때 개미들이나 학생들의 행동은 별 차이가 없다. 함께 모여 생활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능력의 차이가 생기나 그 차이가 고정 불변이라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학생들은 교사의 관심과 학부모의 뒷바라지에 의해 크고 작은 능력의 차이를 보인다. 얼마나 학교에서 교사의 사랑과 애정을 받고 건강하게 자라느냐에 다라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정도가 점차 달라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개미와 여왕개미의 차이처럼 말이다.

교육자는 베짱이와 개미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그들 나름대로 생존의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듯이 모든 학생들에게 그들 능력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과 교수방법을 제공하도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정형편에 따라 힘든 학생들을 수용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때로는 게으른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제부터 ‘개미와 베짱이의 진실’을 통해 왜곡된 지식을 정확히 재검토하고 학생들에는 바른 가치를 심어주는 성찰적 교사가 되었으면 한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