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찜통 같은 집안에서 숙면을 취하기란 힘겨운 일. 여름철 야간산행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더위도 이기고, 덤으로 건강도 지킬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고 있다.

하지만 밤에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사고의 위험도가 높아 주간 등산보다 몇 배는 더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 변덕스러운 날씨로 비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사고 위험은 훨씬 높아진다.

◆ 득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야간산행

야간산행은 우선 무더위를 식혀주며 건강에 이롭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주간산행과 달리 자외선에 의해 피부가 상하지 않으며, 직사광선에 의한 일사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밖에도 산행 후 수면을 취할 때 뇌에서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에 눈앞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넘어지고 발을 헛디딜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우리 몸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관절과 근육이 바짝 긴장하게 돼, 작은 사고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산악구조대 관계자에 따르면 야간산행 부상은 산에 오를 때 보다는 하산 중인 새벽 4시경에 주로 발생한다고 한다. 하산 중에는 신체의 무게중심이 높고 허공에 떠있는 시간이 많아 몸이 불균형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주요 부위로는 발목, 무릎 염좌가 가장 많다. 이 외에 타박상과 찰과상 등이 있으며, 낙석이나 미끄러짐으로 인해 심할 경우 연부조직의 파열이나 연골 손상이 오는 경우도 있다.

교사 이철민(39·남)씨가 바로 야간산행을 하다가 연골판이 파열된 대표적인 예다. 이씨는 하산하던 중 발을 헛디뎌 낙상사고를 당했다. 통증을 참고 산에서 내려와 병원에 가 보니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돼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 반월상 연골판 파열 -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란 무릎관절 위쪽뼈 (대퇴골)와 아래쪽뼈(경골) 사이에 정상적으로 완충역할을 해주는 연골판이 충격이나 퇴행성 변화에 의해 찢어진 상태를 말한다.

보통 무릎 아래쪽이 고정된 상태에서 무릎 윗부분이 갑작스럽게 뒤틀리게 되는 급한 움직임의 순간에 연골판이 무릎 아래, 위 관절면에 끼어서 찢어지게 된다. 젊은 연령의 경우 연골판에 탈력성이 좋아 무릎의 심한 뒤틀림에만 파열되는 경우가 많은데 중년이후의 경우 연골판의 탈력성이 떨어지고 딱딱해져 특별한 외상없이 등산이나 반복되는 충격, 무릎을 많이 구부리는 과도한 자세에 의해서도 본인도 모르게 파열되게 된다.

반월상 연골판은 파열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좋아지고 일상생활이 가능해 그냥 넘어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의 호전이 치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자연 치유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조직인 반월상 연골판은 파열 후 다시 생성되지 않고 찢어진 채로 남아서 만성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머지 반월상 연골판 등에 추가 손상이 발생해 파열이 더 진행될 수 있으며 파열된 연골판이 무릎의 완충작용을 못해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비교적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하다.

화순중앙병원 정형외과 김성윤 부원장은“중년이후의 연령에서는 보통 반월상 연골판 파열 후 3개월부터 퇴행성 변화가 시작될수 있으므로 이전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치료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연골판의 파열이 진행되 완충 역할이 없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수술해도 완충작용이 복귀할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질수 있다"고 말했다.

반월상 연골판 파열 등 부상이 발생했을 경우, 연골판 손상 정도가 미미하면 1∼2주간 압박 붕대, 부목, 석고 그리고 소염제 등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로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부상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부분절제술과 봉합술을 실시해 치료한다.

부분절제술이란 회복이 힘들 정도로 심하게 손상된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절제해 줌으로써 정상부위를 남겨 그 기능을 최대한 유지시키는 방법이다. 보통 수술 다음날부터 사회 활동을 시작할 수 있고 허벅지 근육의 수축 능력이 회복되는데 대략 6주 정도 소요되며 이후부터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다.

봉합술은 파열된 부위를 봉합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봉합이 가능한 부위의 손상이나 젊은 층에서 손상을 받은 경우 시도한다. 수술 후 3-4일부터 체중을 살짝 실어 걸을 수 있고, 6주부터는 완전히 체중을 실어 걸을 수 있으나 쭈그리고 앉는 자세는 수술 후 최소 3~4개월간 금한다. 하지만, 손상이 심해 연골판 전체를 제거한 경우에는 부상자의 반월상 연골판과 딱 맞는 크기의 특수 처리된 생체 반월상 연골판을 관절 내시경을 통해 이식하는 수술이 최선책이다.

꼭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 아니더라도 무릎이나 발목 관절의 손상이 의심될 경우에는 바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무릎과 발목의 관절 손상은 외상이 없고, 며칠 지나면 통증이 완화돼 방치하기 쉽기 때문이다. 김성윤 부원장은 "손상된 관절을 제 때 치료 받지 않으면 퇴행성 관절염과 같은 더 큰 손상을 불러 올 수 있다"며 "야간산행 중 부상을 당했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 어느 부위가 얼마만큼 손상됐는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며 산에 오르기 전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 부상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야간산행 사고 예방법 - 야간산행 전 스트레칭 30분, 응급처치 요령 숙지

야간산행 중 부상을 유발하는 사고발생은 충분한 스트레칭과 안전 수칙 준수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야간산행의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산행 전 안전장비를 갖추는 것은 물론 산행 출발에 앞서 스트레칭을 충분히 함으로써 산행 중 무리가 가장 많이 가는 관절을 보호해야 한다. 스트레칭 없이 갑작스러운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이 뭉쳐 파열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산행에 나서기 앞서 관절을 보호하기 위한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는 것이 필수다. 낮에 산에 오를 때 스트레칭을 비롯한 준비운동을 10분 정도 한다고 가정하면, 야간 산행 전에는 2∼3배 더 많은 30분 정도의 시간을 내어 충분히 몸을 풀어줘야 한다.

한쪽 발로만 서서 균형을 잡는 발목 근육 강화 운동, 평평한 바위나 의자에 앉아 배낭 등을 발목 위에 얹은 다음 무릎을 0도에서 90도까지 서서히 폈다 굽히기, 발을 어깨 넓이만큼 벌린 후 상체를 천천히 숙이기, 허리 높이 정도의 바위 등에 다리를 올린 후 상체 숙이기 등의 스트레칭으로 손쉽게 근육을 풀어줄 수 있다.

만일, 발목이나 무릎 관절의 손상이 의심 될 때는 환부를 고정시키고 주변 나뭇가지 등 단단한 물체를 대고 타월로 감싸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김 부원장은 "관절이 손상 되면 부종과 내출혈을 줄이기 위해 얼음찜질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절을 주무르거나 통증이 있다고 환부를 마사지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