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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군림하며 국정을 농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씨(61)에 대한 재판이 설 연휴를 맞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최씨 관련 재판은 크게 세 건이다. 먼저 최씨와 직접 관련된 재판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재판이다.

그 외에 최씨의 위세를 믿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해온 광고감독 차은택씨(48) 재판, 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38)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관련 재판이 있다.

이 세 건의 재판은 지난해 12월 중순경부터 시작한 이래 일주일에 많게는 두, 세번 심리를 진행하는 등 숨가쁘게 진행돼왔다.

약 한 달여 동안 최 씨와 안 전 수석 측은 최 씨의 진술조서와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등 검찰의 핵심 증거를 부동의하는 전략을 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17권,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폰 녹음파일’이 증거로 채택되면서 설 연휴 직후 양측은 본격적인 법리 공방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업 강압 모금 혐의, 얼마나 밝힐까

최 씨의 핵심 혐의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안 전 수석을 내세워 기업을 압박해 돈을 모아 재단을 세우고 사익을 추구하려 했다는 것이다.

해당 혐의에 대한 재판이 세 건의 재판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는 설 이후부터 2월 중순까지 일주일에 2번 진행하기로 일정을 미리 짜놨다.

정해진 재판 일정에 출석할 주요 증인들에 대한 증인소환장도 모두 송달된 상태다. 다만 소재 파악이 안 되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등은 출석이 불투명하다.

지난 6차례의 공판에서는 검찰 측 서증조사와 증언 등을 통해 안 전 수석이 진두지휘해 돈을 모금하고 양 재단을 최씨가 직접 운영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재단 관계자들은 최씨를 ‘회장님’ 이라 불렀고 최씨는 재단 인선, 재정 집행 등에 개입했다.

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 전경련 관계자와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은 안 전 수석이 전경련과 재단 측과 직접 연락하며 재단 설립 및 운영 과정에 깊숙히 관여한 사실을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양 재단이 설립될 즈음 수시로 전경련 관계자에 연락해 대기업 모금을 주도하는 한편 양 재단이 사업을 추진하거나 인적 개편 문제를 겪을 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설 연휴 직후에는 안 전 수석이 대통령의 지시를 세세한 부분까지 적었다는 업무 수첩 내용을 놓고 양 측의 법리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의 수첩은 대통령과 최 씨와의 공모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힐 핵심 증거로 꼽힌다.

앞서 안 전 수석 측은 해당 수첩이 위법 수집 증거라며 부동의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를 증거로 채택하면서 향후 재판은 대통령과 공모 관계를 부인하는 변호인 측과 이를 입증하려는 검찰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최 씨가 기업 모금 및 재단 사업 추진 등에 박 대통령과의 ‘40년 지기’ 라는 친분 관계를 십분 활용했다고 본다.

이에 검찰은 지금까지 최 씨과 대통령이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는지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자신의 건물 관리인을 청와대에 보내 대통령 관저 수리까지 맡길 정도로 대통령의 생활에 세세하게 개입했다. 대통령이 주한 외교 사절단에게 받은 선물이 최 씨 소유의 미승빌딩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최 씨가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개입하지 않을뿐더러, 최 씨의 딸 정유라의 근황도 잘 몰랐다고 항변해왔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 김 전 차관 등은 재판과 탄핵심판에서 사실상 박 대통령의 지시 혹은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최 씨가 청와대나 문체부 정보 혹은 자료를 자신과 조카 장 씨의 사업 이권을 챙기는데 썼다는 증언과 증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설 연휴 이후에는 핵심 증거인 정 전 비서관과 최씨,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 등이 이들의 공모관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입증할 전망이다.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최 씨의 혐의 사실을 ‘인지’ 했거나 적극 개입한 정황이 새롭게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또 정 전 비서관이 증거 인정 여부를 보류한 최 씨의 태블릿PC와 최씨 측이 위법 수집이라 주장하는 최 씨 주거지에서 발견된 외장하드 등이 증거로 채택될 경우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이모 최순실과 조카 장시호, 거센 공방 예상

최 씨의 조카 장 씨의 재판이 줄곧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최 씨의 혐의 입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장 씨는 첫 공판에서 삼성 등으로부터 부당하게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장 씨는 첫 공판에서 입장을 바꿔 ‘강요 혐의를 자백하느냐’ 고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해 "맞다"고 답했다.

반면 최 씨와 김 전 차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최 씨는 자신의 조카이자 측근인 장 씨를 ‘영재센터 후원금 강요’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으며, 영재센터는 장씨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충족하기 위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장 씨는 최 씨와 달리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검찰 역시 영재센터 설립 지시 등 중요한 부분에 대해 장씨 위에 최 씨가 있었다고 보고 최 씨의 혐의 입증에 더욱 주력하는 모양새다.

첫 공판에서 검찰은 "장씨가 채용 등 하부적인 일을 했다는 이유로 장씨 위주로 영재센터가 운영됐다고 하는 건 (옳지 않다)"며 "장씨는 최씨의 지시나 구체적인 오더(명령)에 따라 여러가지 행위를 했다는 것을 향후 구체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같은 사건 피고인들이지만 최 씨와 장 씨 측이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기 때문에 법정에서 변호인들 간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다음달 10일 출석할 예정인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과 이영국 상무(전 대한승마협회상무)의 증언이 주목된다.

한편 김 전 차관은 영재 센터에 삼성 자금이 들어가는 과정에 개입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삼성 수뇌부가 직접 소통했다며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뤘다.

이에 검찰 측이 확보한 영재센터 사업 추진을 위해 김 전 차관이 건넸다는 문체부 자료 등 증거와 이에 대한 증언을 확보해 김 전 차관의 주장에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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