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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빈곤에 시달려온 40대 중년 가장들이 사회적 독립을 앞둔 성인 자녀와 함께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부모가 미성년이 아닌 성인 자녀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으로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청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들 가정의 경우 가장들이 나이나 건강 등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회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광주북부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광주시 북구 중흥동 단독주택 안방에서 A(49)씨와 아내(40), 딸(20)이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이 발견했다. 집주인은 월세(1개월 기준 30만원)가 3개월분이나 밀려있고 같은 기간 상수도·전기 사용 내역도 없어 A씨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에는 숨진 지 3개월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A씨와 아내, 딸이 나란히 누워 있었으며, A4용지 크기 유서 3장에는 “우리 3명을 같은 관에 넣어 화장해 바다에 뿌려달라”는 같은 내용의 글이 각자의 서명과 함께 적혀 있었다.

대전에 거주하던 A씨는 지난해 10월 장애 아들(17) 감금·학대 등의 혐의로 아동복지기관으로부터 고발을 당해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었으며, 이후 주변 사람과 연락을 끊고 아내의 친언니가 있는 광주로 내려와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아내는 대전은 물론 광주에서도 일용직 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으며, 고교를 졸업한 딸도 취업을 준비하는 이른바 ‘취준생’으로 소득이 없었다. A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등 별다른 국가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장성의 한 저수지에 빠져 있는 차량에서 딸의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40대 여성 가장 B씨(46)가 대학생 딸(19)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두 가족이 이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으로 ‘탈출구 없는 생활고’가 지목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을 계기로 정부에 마련한 긴급복지 지원법 등도, 이들 40대 가장에게는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실제 젊은층인 40대 가장이 스스로 행정기관을 찾아가 긴급지원을 신청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신청을 하더라도 일시적 지원에 그쳐 자립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광주시 등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살 예방 사업 대부분도 상담이나 심리치료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정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고은주 광주자살예방교육협회 대표는 “이번 두 자살 사건의 특징은 성인이 된 자녀, 특히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인 여성들이 부모와 함께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딸의) 정서적 특성상 부모가 처한 어려움을 함께 겪고 곁에서 지켜보면서 (부모의 자살 의견에 대해) 공감하고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빈곤의 대물림에서 탈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좌절감 등도 생을 포기하는 큰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원문 <광주일보>